[중국 5대 핵심산업(3)] 지리자동차, 글로벌 전기차 판도를 바꾸다

  • 지리의 약진, 한국 시장 정조준

  • 전기차 주도권 흔들린 세계 시장

  • 류형석 아주글로벌교류협회 대외협력국장 정리

지리자동차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리자동차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중국 전기차 산업의 질주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 역사상 처음 공장 폐쇄 가능성을 논의하고 일본차의 홈그라운드였던 동남아 시장까지 중국 브랜드가 장악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 지리자동차(Geely)가 자리 잡고 있다.

BYD와 함께 중국 전기차 양대 축으로 급부상한 지리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580만 대를 넘어섰다. 이 중 지리는 전년 대비 79.4% 증가한 61만6000대를 판매해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42만2000대에 그쳤다. 2024년 기준 지리자동차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10.7%로, "세계에서 팔리는 전기차 10대 중 1대는 지리차"라는 평가가 현실이 됐다.

중국 내수 시장의 폭발적인 전기차 성장세도 지리의 도약을 견인했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연 1000만 대를 넘어서며 전체 자동차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초대형 내수 기반에서 축적된 생산 능력, 기술 경쟁력, 대규모 공급망이 결합되면서 지리를 비롯한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볼보·지크르부터 픽업트럭까지…지리의 다층 전략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다

지리자동차의 경쟁력은 브랜드 다각화와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지리는 볼보(Volvo)의 모회사이며,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의 대주주이자 로터스(Lotus)·스마트(Smart) 등 다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 자동차 그룹이다.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크르(Zeekr), 볼보와 합작한 링크앤코(Lynk & Co), 보급형 지오메트리(Geometry)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초소형부터 프리미엄까지 전기차 시장 전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특히 지크르는 2021년 첫 모델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프리미엄 EV 시장 3위권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며 지리그룹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이다.

지리의 강점으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배터리 소재 자급화, 초대형 양산 체계를 기반으로 한 원가 절감 능력은 유럽·한국 브랜드가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리의 소형 전기차들은 한국·유럽 차량보다 가격은 낮지만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아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국의 소비 성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지리의 강점이다. 태국·동남아 지역엔 전기 픽업트럭 '리다라(Riddara)'를 출시하며 현지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지리 산하 레이더(Radar) 브랜드는 동남아뿐 아니라 중남미·중앙아시아·동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지리의 신시장 개척을 이끌고 있다.

기술 경쟁력도 눈에 띈다. 지리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일찍부터 투자해 왔고, 2025년 CES에서 자동차 업계 최초 수준의 '엔드투엔드(E2E) 차량 AI'를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이지스 숏 블레이드 배터리(Aegis Short Blade Battery)' 역시 업계에서 주목 받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다.

한국 시장 정조준…'지리의 진격'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응이 필요할 때

지리자동차의 빠른 해외 확장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리는 2022년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를 인수하며 한국 내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여기에 2024년 하반기 한국 사무소를 개설했고, 현재 국내 5개 딜러사와 판매망 구축 논의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한국 시장 진입 준비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지리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크르가 이르면 2025년 말 한국 시장 공식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리가 르노와 공동 설립한 파워트레인 합작사를 통해 하이브리드·내연기관 기술 협력도 병행하면서 한국 시장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략을 동시에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리의 공세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글로벌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장악했고, 가격·배터리 기술·초대형 양산체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부품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가격 경쟁력 압박, 공급망 재편, 플랫폼 호환성 요구 증가 등 새로운 리스크를 야기할 전망이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한 지금, 지리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굴기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기술 혁신과 품질 경쟁력 강화, 공급망 체질 개선을 통해 대응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변화의 파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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