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종전 압박 속 美·우크라 '평화 프레임워크' 마련…"엄청난 진전"

  • 우크라·EU 자체 수정안 제시

안드리 예르마크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종전을 향한 준비 작업이 차츰 진전되는 모습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에 대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제네바에서 미국의 평화 제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회동했다"며 "논의 결과, 양측은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평화 구상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이번 논의는 건설적이고 집중적이며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는 양측의 공동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측은 이번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논의를 통해 양측 입장을 조율하고 명확한 향후 조치를 도출하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앞으로의 모든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지속 가능하며 정의로운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사들은 이날 협상 후 각각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국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26개 혹은 28개항으로 구성된 문서에서 아직 열려 있는 쟁점을 좁히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그 목표를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예르마크 비서실장도 앞서 루비오 장관과 함께 가진 중간 브리핑에서 "미국 대표단과의 첫 회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우리는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며칠간 평화 프레임워크 조율 작업을 이어가고, 유럽 파트너들과도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최종 결정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리게 된다.

이번 평화 프레임워크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리더십은 우리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으며 유럽은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원유를 사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출한 이후 진행됐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이 제시한 평화 구상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전쟁과 인명 피해를 끝내기 위한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꾸준하고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미국 대표단과 대화가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팀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종전안 합의가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목요일(27일)에 되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27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로,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안 합의의 시한으로 잡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EU 대표단은 이날 미국 측 초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포기를 거부하고, 영토 교환 협상은 현재 접촉선을 기준으로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평시 우크라이나 군 규모를 80만명으로 유지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 초안에 담긴 상한(60만명)보다 많은 수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평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영구 주둔하지 않되 폴란드에 나토 전투기를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나토 집단방위와 동등한 미국의 안보 보장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유럽은 현재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러시아가 전쟁 배상을 완료할 때까지 묶어두고 그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어떤 대안 제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혀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의 요구 사항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기드온 라흐만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는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환경이 우크라이나 측에 불리하다며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평화 구상에 동참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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