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참 속 화석연료 언급 빠진 유엔기후총회...EU도 물러서 '반쪽 합의' 채택

  • EU 끝내 물러서며 합의문 도출..."완벽하진 않지만 의미있는 전진" vs "러·사우디 등 산유국 승리"

브라질 기후총회 회의장 사진EPA·연합뉴스
브라질 기후총회 회의장 [사진=EPA·연합뉴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22일(현지시간) 화석연료 언급이 빠진 선언문을 가까스로 채택하며 폐막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예정일을 하루 넘겨 협상을 이어간 끝에 합의문을 도출했다. 총회 참가국 대표단은 합의문 최종 문구를 놓고 2주간 협상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빠져 불만을 표출하는 국가도 일부 있었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다자주의가 흔들리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시각도 있으나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이 빠진 '반쪽 합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해수면 상승·폭풍·가뭄 등 기후위기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이행 가속화' 자발적 이니셔티브 운영 계획도 담겼다. 탄소세 등 일방적 무역 조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후 대응이 국제무역에서 자의적 차별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원칙도 명시됐다.

올해 회의의 핵심 쟁점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명문화할지 여부였다. 2년 전 개최됐던 COP28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이라는 첫 합의를 도출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했던 만큼 COP30에서 보완이 이루어질지가 주목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드맵 반대 국가들은 브라질에 로드맵을 합의문에서 제외하라는 압력을 강하게 가했다. 실제로 이들은 "협상장을 떠나겠다"고 위협했고, 회의장 일부에서 발생한 화재로 협상이 6시간 넘게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80개국 이상이 전환 로드맵 논의를 위한 별도 국제 포럼 구성을 지지했지만, 이 로드맵이 완성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폐막 직전까지 이어진 난항 속에 브라질은 결국 화석연료 언급을 뺀 절충 초안을 제시했다. EU와 아시아·태평양 도서국들은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EU 국가 대표들이 마지막 밤샘 협상에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합의문이 가까스로 채택됐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선언문에 대해 "완벽하지 않고 과학이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면서도 "다자주의가 시험받는 시기에 국가들이 함께 전진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내 온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이번 선언문에 대해 "완벽하지 않으며 과학이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서도 "그러나 다자주의가 시험받고 있는 시기에 국가들이 계속 함께 전진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COP30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이뤄냈다고 가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COP은 합의 기반이고 지정학적 분열의 시기에 합의는 점점 더 도달하기 어렵다"며 이번 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들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국가는 강하게 항의했다.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고메스 파나마 협상 대표는 "'화석 연료'라고조차 말할 수 없는 기후 결정은 중립이 아니라 공모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무능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와 기후 단체는 이미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 강력한 감축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회의에선 적응 재정을 기존의 3배인 약 12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 시점을 5년 미루면서 취약국들이 책임 국가들에 더 신속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AP가 전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석유 생산국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NYT는 "무대응의 대가에 관한 많은 경고를 포함했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방법에 대한 조항은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