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DNA 찾아라] 구본준號 LG서 분가 5년차··· LX, '1등 DNA' 부재 

  • 구 회장, LG시절부터 늘 "일등합시다"

  • 올 3분기부터 주요계열사 영업익 급감

  • 캐시카우 없이 그룹 전체 실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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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 내리자. 세계로 나아가자."

2021년 LG에서 분가해 LX홀딩스를 주축으로 새로 출범한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LX 계열사의 주요 사업 영역인 기술(LX세미콘-반도체), 공간(LX하우시스-인테리어), 세계(LX판토스-물류)와 삶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연결을 이루자'는 게 구 회장의 포부였다.
 
◆ "일등합시다" 외치던 'LG그룹 전략통'

1951년생인 구본준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3남으로, 1987년 3월 금성사(현 LG전자) PC·모니터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LG화학,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거쳐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시절 그는 사내 공식 인사말을 "일등합시다"로 바꿨고, 2010년 LG전자 CEO로 부임했을 때도 회의 시작 전 "반드시 일등합시다"를 외치며 '1등 DNA'를 강조해왔다.

실제 구 회장은 '전략통'으로 불리며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1998년 LG반도체 대표로 재임하며 LG전자와 LG반도체의 TFT-LCD 사업을 분리해 LG필립스LCD 설립을 주도했다. 1999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 외자를 유치하며 디스플레이 사업의 성장 기틀을 마련하는 데 공을 세웠다.

구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파주 LCD 클러스터 구축은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LG필립스LCD는 2년 만에 7세대 LCD 패널공장을 완공하며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10㎞ 떨어진 파주 일대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LCD 패널 공장을 세웠고, 사업 첫해인 1995년 1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10년도 채 안 돼 8조원까지 끌어올렸다.

2010년 구 회장은 '안일한 2위를 구원하라'는 특명 아래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애플과 삼성전자에 치인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구 회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OLED TV, 트윈워시 세탁기 등 혁신 제품이 빛을 봤다.
 
◆ LX '효자 계열사' 어디에··· LX세미콘마저 부진

구 회장은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LG 경영권을 승계하자 2021년 'LX' 간판을 들고 나와 독립했다. 재계의 기대도 컸다. LG에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이끈 관록의 경영인이라 LX그룹에도 '1등 DNA'를 심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다만 올해 출범 5년차를 맞은 LX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LX홀딩스를 비롯해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 LX판토스 등 주요 계열사가 나란히 부진을 겪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감소했다. 구 회장이 직접 LG에서 분리시켜 데려온 LX세미콘은 3분기 영업이익이 59.1% 급감했고, LX하우시스와 LX판토스 역시 수익성이 후퇴했다. 

다만 구 회장이 LX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할 LG그룹 내 핵심 계열사 확보에 실패한 건 패착으로 꼽힌다. '효자 계열사' 없이 분사한 탓에 전방위 업황 악화가 몰려오자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 전체 실적이 위기를 맞는 상황에 몰렸다. 

재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기업을 계열 분리 당시 선점했어야 한다"며 "전략적 선택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룹을 이끌 핵심 계열사 부재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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