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③ "우린 여전히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 김윤아가 말하는 자우림이 지속되는 이유

자우림 사진 놀유니버스
자우림 [사진= 놀유니버스]


노래를 만든다는 행위는 흔히 감정의 분출로 설명되곤 하지만, 김윤아는 이 과정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는 창작을 “감정이라기보다는 뇌의 유희”라고 말한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세계의 조각들을 손끝으로 굴리며 스스로만의 질서를 만드는 놀이. 김윤아에게 곡을 만드는 과정은 바로 그런 종류의 탐색이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온 그에게 여전히 ‘새로운 설렘’이 존재하느냐고 묻자 답은 명확했다. “모든 무대가 새로운 설렘이에요. 매번 다른 관객을 만나고, 새로운 연출과 새로운 기획으로 공연하니까요.” 반복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 그 새로움이 김윤아를 다시 무대로 불러낸다.

좋은 노래의 기준을 묻자 그는 사랑에 빗대어 설명한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 본능적으로 ‘좋다’고 느끼게 하는 곡이 좋은 노래예요.” 기술적 완성도보다 우선하는 건 결국 ‘좋은 소리’를 내는 태도. “음정, 박자, 호흡은 당연한 것이고, 그 위에서 꾸준히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김윤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감호이 기자
김윤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감호이 기자]


창작 속에서는 ‘솔직해지는 순간’과 ‘숨기고 싶은 부분’이 공존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답은 의외로 담백하다. “숨기고 싶은 부분은 없어요. 은유를 거치면 모든 것이 음악이 되거든요.”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 은유라는 장치와 만나 음악적 언어가 되는 과정. 이것이 김윤아가 말하는 창작의 방식이다.

자우림이라는 이름 아래 보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김윤아 개인이 성장한 시간과 같다”고 답한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김윤아다움’, ‘자우림다움’에 대해선 “자유롭고 존중하고, 은유하며 침잠하고 동시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 표현이 옛날보다 절제되면서도 깊어졌다는 평가에 대해선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감사하다”며 “늘 모든 면에서 더 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나 공허함에 대한 질문에는 의외로 단단한 태도가 드러난다. “공허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운이 좋지 않은 시기 역시 그래요. 굳이 그런 현상에 집중하지 않아요.” 대신 지금 그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가 꼽은 것은 자우림의 정규 12집 *LIFE!*다. 음악 산업의 환경이 급변해도 본질적인 음악의 힘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그는 말한다.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자우림 김윤아 사진 놀유니버스
자우림 김윤아 [사진= 놀유니버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꿈과 지금의 꿈이 달라졌는지 묻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제 꿈은 같아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그렇다면 자우림이라는 팀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기본’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상호 존중과 수익의 균등 배분이요. 그리고 멤버들은 동료이기 이전에 제일 친한 친구들이에요. 쉴 때도 만나고 여행도 같이 다녀요.” 변한 것이 있다면 앨범 제작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김윤아와 자우림이 쌓아온 시간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다. 은유를 지나 솔직함에 닿고, 정교함 속에서 생동하는 소리를 만들어온 여정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무대 앞에서 설레고, 음악이 가진 힘을 믿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 단단하고 조용한 믿음이, 오늘도 그의 음악을 앞으로 굴려가고 있다.
 

김윤아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윤아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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