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실적 부진에도 임원 보수 '펑펑'…이런 관행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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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국내 굴지 대기업 A사는 2020년부터 총수 일가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했다. RSU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를 주는 장기보상 제도다. 그런데 A사는 RSU 주식을 준다는 내용만 공시했을 뿐 지급 이유, 현금 환산 가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 주주들 사이에선 "경영 성과도 없는데 RSU를 주는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다른 대기업 B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오너 회장에게 수십억 원대 보수를 지급했다.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경영에 기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16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시제도 개선 방안은 이 같은 '깜깜이' 임원 보수 지급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주가나 실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와 무관하게 막대한 보수를 주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적이다. 

개선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보수와 경영 성과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공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3년간 총주주수익률(TSR), 영업이익 등과 임원 전체 보수총액을 비교할 수 있도록 표·그래프를 활용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급여·상여·주식기준보상 등 세부 보수별 부여 사유와 산정 기준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3년 치 경영 성과와 비교해 보수총액이 적당한지를 일반 주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RS(Restricted Stock) 등 주식기준보상에 관한 공시도 강화한다. 지금은 RS를 지급해도 임원 보수 공시와 따로 공시하고 몇 주를 주는지 수량만 공개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원 개인별 보수총액과 함께 RS·RSU 등 주식기준보상의 현금환산액도 공개해야 한다. 보수 5억원 이상인 임원과 상위 직원 5명에 대한 상세 부여 현황도 공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선안을 통해 주주가 기업 성과와 임원 보수 간 관계를 보다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원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 강화와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주총 공시도 엄격해진다. 내년 3월 주총 때부터 임원 보수한도 책정 등을 포함해 모든 의안별 찬성률과 반대·기권비율 등 표결 결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 방안에 이른바 '무더기 주총' 해결 방안도 담았다. 대다수 기업이 3월 말 한꺼번에 주총을 열면서 소액주주나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서다. 이에 의결권 기준일 규정을 변경하고 주주총회를 4월에 개최하면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등 인센티브를 적용해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기업 정보 공시도 강화된다. 기업의 연간 보고서, 공시자료, 주주총회 자료 등을 영문으로 제공하는 비율을 확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보수 구조와 경영 성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장법인이 국문공시를 제출하면 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영문으로 자동 변환해 제공하며 공시 제목과 레이블까지 변환해 사건 유형과 주요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주총회·임원보수 공시 개선을 통하여 일반 주주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임원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이 강화되고 공시제도의 글로벌 정합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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