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1년 늦추면 정규직 5만명 은퇴 유예…"청년 실업 충격도 고려해야"

  • 일자리 신규채용 비중 최저 수준에

  •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층 고용 급감

  • 구직 포기 '쉬었음' 인구 증가 우려

  • 전문가 "실업대책 수립 후 논의해야"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채용게시판 앞이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채용게시판 앞이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년이 1년 연장되면 정규직 고령자 약 5만명의 은퇴가 미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급격한 제도 변화는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청년 실업 대책과 병행,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9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상용근로자의 연령별 분포는 59세에서 60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고용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이다.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계속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취업자로 통상 정규직으로 불린다.

1964년생 상용근로자는 59세 때인 2023년엔 29만1000명이었는데 60세인 지난해에 23만7000명으로 5만5000명 감소했다. 1960~1964년생이 59세에서 60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상용근로자는 평균 5만6000명 줄었고 감소율은 20.1%였다. 법정 정년(60세)에 도달하면서 대규모 정년퇴직이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년을 60세에서 높이면 고령 상용근로자는 자연히 증가할 전망이다. 정년을 61세로 1세 연장하면 59~60세 구간에서 나타난 감소가 60~61세 구간으로 1년 유예되면서, 기업이 최대 5만6000명에 달하는 고령 상용근로자를 1년 더 고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 둔화가 장기화면서 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은 총 546만7000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6.6%까지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의미다.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이미 청년층 고용은 급격히 줄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1명(0.4~1.5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처럼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사업장일수록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감소 효과가 컸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되고 대기업의 신입 공채가 줄면서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쉬었음' 청년층(15~29세)은 44만6000명인데 이 중 34.1%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를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0세 정년 의무화와 달리 노동시장에 충격은 줄이면서 고령층 인력도 고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점진적 정년연장과 함께 기업의 고용 부담을 덜기 위한 재고용제도 도입 등이 거론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년연장 논의는 청년 실업 문제 대책이 있고 난 뒤에 논의돼야 한다"며 "퇴직 후 재고용은 지금 단계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이 원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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