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가 노후 휘발유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개조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며 친환경 교통 전환의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법적 공백 그리고 충전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 장벽들이 맞물리면서 정책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 신문에 따르면 호찌민시 건설국은 모터사이클즈 TV 트레이딩 앤 서비스 컴퍼니 리미티드의 제안을 바탕으로 휘발유 오토바이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는 개조 방안을 베트남 등록국에 공식 제출했다. 이번 제안은 기존의 노후 오토바이를 폐기하지 않고 전기 모터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당국은 이를 녹색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도시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 규정과 기술 기준이 없는 상황으로 제안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개조 오토바이에 대한 법적 틀과 기술 안전 기준이 없어 이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오토바이 개조의 실질적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됐다. 호찌민시의 오토바이 기술 전문가 쩐 탄 뚜언은 "이론적으로는 전환이 가능하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휘발유 오토바이는 엔진과 기어박스가 프레임 하단에 배치되어 동력을 전달하는 구조지만 전기 오토바이는 바퀴에 모터가 직접 연결되어 배터리와 변환 장치가 추가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뚜언은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개조된 오토바이가 사실상 하이브리드 형태가 되며 결과적으로 제작 비용이 오히려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뚜언은 혼다의 PCX 하이브리드 모델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 모델 역시 높은 제작비용으로 인해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부 전기 오토바이 제조사는 낡은 오토바이를 100만동에서 300만동(약 5만5000~16만원)만 지불하면 신형 전기 오토바이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교환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개조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오토바이 전기 개조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적 근거 없이 개조가 이루어질 경우 안전성과 등록 절차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찌민시 국립 기술대학교 교통공학과의 한 관계자는 "전기 오토바이로의 개조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구조가 변경되면서 차량의 균형과 주행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토바이 개조가 배터리 위치와 무게 중심의 변화로 인해 주행 안정성이 저하되고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등 안전 문제를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조된 오토바이는 구조, 부품, 충전 시스템, 배터리 교환소 등 여러 요소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관리와 등록 절차의 복잡성도 주요한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토바이 개조는 제조사의 설계를 변경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관계 기관의 정식 승인이 없으면 등록이 불가능하다"며 "제조사가 아닌 개인이나 민간 업체가 구조를 변경할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역시 전기 오토바이 전환의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재 호찌민시 내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 충전소는 대부분 도심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 충전 시설을 찾기 어렵다. 빈패스트와 셀렉스 등이 충전소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의 인프라 수준으로는 약 40만대에 달하는 전기 오토바이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빈그룹 산하의 브이그린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개인이 보유한 부지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중앙 전자측정장비 제조센터와 미쓰비시가 국제 표준 ISO-15118 규격에 맞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자 접근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국제청정교통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오토바이는 휘발유 오토바이에 비해 약 20% 배출량이 줄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약 30% 감소한다. 반면 순수 전기 오토바이는 훨씬 큰 감축 효과를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오토바이 개조가 오히려 녹색 교통 로드맵을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전기 오토바이 전환을 촉진하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뚜언은 "제조사가 직접 전기 오토바이를 생산하면 배터리 품질과 사후 서비스가 보장되지만 개조 오토바이는 부품 호환성과 안전성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찌민시가 제시한 오토바이 전기 개조 정책은 친환경 교통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술 검증, 법적 근거, 충전소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 신뢰 확보라는 네 가지 과제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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