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근 한국영화학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에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를 접목시키려고 하거나 단기간에 어떤 실적을 내려고 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회장은 “국내 영화 산업의 침체로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영화제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포퓰리즘적인 접근으로 시작한 영화제들은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회장은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보편적이고 대규모 영화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처럼 특색있는 영화제가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 패션, 건축 등의 특화된 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바람직한 지역 영화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영화제들은 지역 관광산업과 잘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영화제라는 연결고리가 지역 문화와 융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횡적으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층위로 순환 구조를 만들고, 종적으로는 영화제 때문에 관람객들이 특정 영화제가 아니어도 다시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역에 더 체류할 수 있는 요건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전북대 등 전주시 일원에서 열린 ‘제8회 전주국제단편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지역영화학술대회가 함께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임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 영화제는 ‘무한한 가능성, 영화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단편영화가 가진 잠재력과 실험 정신을 통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회장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국내 영화산업이 암흑기를 겪고 있는 현상에 대해 “오히려 OTT보다는 프로야구 등 스포츠경기에 젊은 소비층을 뺏긴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극장의 적수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야구장인 것 같다”며 “젊은층들이 1만5000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관 대신 스포츠경기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선호하고 있고, 극장이 더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암흑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OTT의 보급은 맞물려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 산업이 쇠락기를 겪었고, OTT의 보급도 빨라졌다”고 했다.
그는 “영화 산업은 크게 제작업, 배급업, 상영업 세 개의 축으로 나뉘는데 상영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으면서 수익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자본이 순환되지 않으니까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전자책이 나왔다고 종이책이 없어지지는 않았고, 디지털카메라가 나왔을 때 필름은 고사됐다”며 “극장 고객들도 남겠지만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가지고 살아남을지 그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국내 영화 산업 부흥을 위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케데헌이 알려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굿, 악령 등 일상적인 문화콘텐츠도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던 ‘문화자원’을 재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지역 곳곳에서도 이 같은 문화자원들이 숨어 있을 것”이라며 “잘 발굴해 활용하면 제2의 케데헌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972년 창립된 영화연구 학술단체인 한국영화학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1000여 명의 영화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영화학회는 ‘영화연구’(KCI 등재) 발간, 학술대회 개최, 영화 교육을 위한 출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영화학 도서와 자료를 수집하고 국제교류를 통한 한국영화의 해외 소개 등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