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사람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을 멈출 수 없죠.”
배우 김응수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의 말처럼, 연기란 단순히 역할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의 성격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몸과 표정, 호흡으로 전하는 긴 여정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소설가가 되길 꿈꿨다. 이상 작가의 『날개』를 읽고 글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시와 소설을 쓰며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갔다. 하지만 글만으로는 마음속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몸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글이 아닌 연기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극 무대에서 출발한 그의 연기는 점차 영화와 드라마로 영역을 넓혔다. 오랜 연극 경력 덕분에 연기력과 존재감은 탄탄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영상 매체를 통한 활동이었다. 김응수는 길거리에서도 젊은 세대에게 반갑게 알아보이는 순간을 즐긴다. “젊은 친구들과 얘기하고,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는 단순히 유명세를 즐기기보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연기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김응수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그는 “재미가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단순한 웃음이 아닌, 인간이 느끼는 감정적 경험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웃고 울고 분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돈이나 명예는 그다음 문제다. 그는 “관객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싶은 욕망이 제 연기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곧 그의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배우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를 움직인다.
김응수는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생활까지 바꾸었던 적도 있다.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경찰 역할을 위해 집에서도 경찰복을 입고 생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집 앞 슈퍼에서 라면을 사던 그의 모습이 경찰에게 오해를 사는 일도 있었다. 결국 영화사 감독과의 통화로 해프닝은 해결되었다. 초반에는 등장인물처럼 살려고 했지만, 이제 그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기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연기 방식의 진화뿐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접근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은 임진왜란 관련 역할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면서 수많은 문화재가 소실되고 민족이 학살당한 역사적 사건을 연기하며, 그는 민족의 고통과 분노를 표현했다. 이 배역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며, 일본 사회와 사람들을 직접 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 역사와 인간을 탐구하는 과정이 되었고, 역할을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김응수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명확한 기준을 가진다. 그는 돈이나 명예보다 메시지와 감동을 중요시하며, 관객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도 이러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극복했다. 15살 때 품었던 목표가 수십 년 후 현실이 된 경험은, 끊임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주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욕망, 그리고 꿈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 지금의 김응수를 만든 핵심 가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태도와 연기 철학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등장인물처럼 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진지한 배우에서 예능감 있는 배우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도, 다양한 경험과 사람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연기에 녹여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전 세계 관객과 소통하게 되면서, 그는 새로운 책임감과 도전 의식도 함께 배우게 되었다.
그의 삶에서 영화 같았던 순간은 두 가지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며 꿈을 향해 나아간 과정과, 곽철용으로 젊은 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준 순간이다. 인생의 전반전은 배우로서 명성과 성취를 향해 달려왔고, 후반전은 가족과 인간관계, 그리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세대에게 이렇게 전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으세요.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맺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길 바랍니다.”
김응수의 연기 인생은 글에서 시작해 몸으로 이어진, 진심과 꾸준함으로 쌓아온 한 편의 장편 드라마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끝없는 호기심과 관객을 향한 진정성, 그리고 꿈을 놓지 않는 꾸준함이 그의 연기와 삶을 동시에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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