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잔액와 대차잔액이 모두 연중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지켜보는 '하락 베팅'도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액은 12조3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부터 사흘 연속 12조원대를 유지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매도 순보유잔액은 주식을 빌려 판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을 의미한다. 공매도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대차거래 잔액도 지난 21일 117조4753억원이었다. 지난해 말(47조1763억원) 대비 약 149% 급증한 수준이다. 대차거래 잔액은 증시에서 주식을 빌려 거래하고 남은 물량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카카오페이와 엘앤에프가 각각 6.56%, 6.18%로 높았다. 이어 한미반도체(4.58%), LG생활건강(4.44%), 코스맥스(4.33%) 등이 뒤를 이었다. 대차잔액은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거나 단기간 급등한 종목에 몰렸다. SK하이닉스가 11조60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전자(9조5715억원), LG에너지솔루션(3조2812억원), 셀트리온(2조3054억원), 한미반도체(2조1772억원) 순이었다.
코스피가 단숨에 3890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이어가면서 투자자 사이에 단기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대형주가 지수를 견인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실적 역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3분기와 올해 실적 전망은 소폭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상으로 중기 상승 추세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순 주가상으로는 단기 과열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정 대형주 쏠림현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고치 매물벽에 가로막혀 전 고점을 경신하지 못한 종목이 많다"며 "기술적 저항선에 근거한 예기치 못한 조정 양상이 4분기 중 관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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