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도 노벨경제학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준 거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를 18세기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1776)에서 비판했던 ‘고율의 관세’와 ‘중상주의’의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개방과 경쟁, 혁신과 포용이라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반동의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세계 각국이 팔짱을 끼고 불편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 등 슘페터리안 경제학자 3인에게 2025년도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했다. 선정 이유는 "올해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와 번영을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했다"는 점이었다. 3인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에 필요한 요소로서 기술혁신, 창조적 파괴, 개방, 진입장벽 낮추기(경쟁)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이 올해 노벨경제학상 시상에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필자의 지나친 상상력과 논리적 비약일까.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혁신을 강조한 3인의 연구자들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도 시의적절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필리프 아기옹은 한국어판 『창조적 파괴의 힘』(아기옹 외, 2022)에서 한국의 IMF 외환위기와 그로 인한 대기업 중심 구조로부터의 전환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고,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노벨상 수상 직후의 인터뷰에서는 한국경제에 필요한 과제로서 창의성 중심의 교육, 진입장벽의 완화(경쟁 활성화), 노동시장의 혁신(덴마크식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 등을 제시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제안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국정목표 중 하나로 내걸었고, AI 3대 강국 도약, AI와 바이오 등 신산업육성, 에너지 전환, 규제 합리화, 디지털자산 제도화 등 금융혁신, 벤처투자 확대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림은 멋지다. 문제는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제도적 한계다. 정부-여당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1~2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기 과제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우선순위를 배분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부동산 시장 안정화, 경주 APEC 정상회담 준비, 내년 봄 지방선거 대비 등이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런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챗지피티에 물어봤더니, 5년 후인 2030년의 유권자는 올해보다 90만 명가량 감소한 4,350만 명 내외가 될 것이고, 60세 이상 유권자의 비중은 33%에서 39%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인생의 경륜도 길고 선거도 많이 해본 유권자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는 단기 과제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국정과제의 달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정부에 점수를 더 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온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함에 있어서 지름길은 없다. 연구개발과 교육에 투자하고 신성장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규제를 합리화하여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진입장벽은 낮추고 경쟁은 활성화하는 것, 혁신 창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것이 ‘혁신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저성장과 조로화 현상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 경제로 복귀할 수 있다.
◆김동열 박사
서울대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 경제학(학사, 석사)과 정책학(박사)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글로벌강소기업지원센터 대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저서
『혁신경제 4.0: 파이를 키우는 패러다임』(공저, 2025)
『물고기 던져주기: 창업벤처 40년 톺아보기』(2024)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2017)
『기술혁신과 기업조직』(번역, 199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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