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반대로 잠정 중단된 온라인플랫폼법(이하 온플법) 제정 관련 논의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는 국회 분위기와 달리, 정부와 여당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온플법 추진 상황과 관련해 "통상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 테이블에 온플법이 오르진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쟁점인 만큼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관세 협상을 시작하면서 온플법을 디지털무역장벽이라 주장하며 압박해왔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규제를 담고 있는데, 규제 대상이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포함돼 사실상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적극적이던 정부와 관련부처도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온플법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온플법 제정 내용이 빠졌다. 공정한 온라인 플랫폼 규율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입법을 통한 규제가 아닌, 행정 조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최근 선임된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통상 협상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기 때문에 독점규제 플랫폼법을 과감하게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플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플랫폼 독점 규제가 아닌, 중개거래 플랫폼을 규제하는 공정화법에 치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플법은 크게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법 두개로 나뉘는데, 미국과 통상 마찰 가능성이 적은 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공정화법 추진과 관련해 "갑을 관계 문제가 최근 플랫폼 경제까지 전염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갑을 관계 개선 측면에선 통상 이슈와 독립적으로 정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선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무위 국감에서 "한국이 온플법을 통해서 수수료 규제하겠다는 게 구글·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미국에서 이를 반경쟁적이라는 비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미국의 자유주의 정신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따르면 독점은 안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빅테크 기업이 시장 참여자를 착취하는 행위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플랫폼 독과점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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