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준방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세계 각국에서 관련 법을 재정비하고 있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도 규제 대상이라 미국과의 통상 리스크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상대로 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OTT에 준방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대두됐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OTT 서비스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준방송사업자로 지정해 유해 콘텐츠에 대해 방미통위가 직접 심의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와 케이블 등 전통 방송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OTT는 방미통위의 직접적 심의나 제재 대상에 벗어나 있다. 방송 업계는 OTT가 방송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공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관련 법제를 정비해 시행 중이다. 캐나다는 지난 2023년 4월 '온라인스트리밍법(OSA)'을 통과시킨 후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을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의 규제 아래에 두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캐나다 내에서 연 매출 2500만 캐나다 달러 이상, 현지 방송사와 제휴하지 않은 OTT 사업자는 매출의 5%를 CRTC가 지정한 미디어 관련 기금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CRTC 수준의 규제는 아니지만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SMD) 개정을 통해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에게 전체 콘텐츠 중 30% 이상을 유럽 작품으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도 일정 수준의 공적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캐나다의 경우 언어와 지리 위치를 이유로 미국 콘텐츠 의존도가 높아 강력한 보호 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고 글로벌 플랫폼이 직접 현지 제작을 진행하고 있어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미 간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외교적 차원에서 직접 제재는 쉽지 않다"며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미국 기업을 규제할 경우 통상 문제로 비화해 자동차나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OTT 준방송사업자 지정 논의는 외교적 장벽이 높아 이를 해소하기 어려운, 일종의 '정책적 딜레마'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OTT 시장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투자경쟁"이라며 "한국에 규제가 생기면 글로벌 기업들은 태국, 일본 등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 다른 국가로 투자처를 옮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징어 게임 등과 같은 콘텐츠의 성공으로 이어진 'K'라는 브랜드의 가치, 관광 산업 활성화 등 혜택은 국내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투자가 빠져나가면 이런 긍정적 파급 효과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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