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쪽방주민, 새 보금자리 입주...민간주도 '선이주 후개발' 첫 사례

총 142세대, 공공임대주택 '해든집' 이주 완료

해든센터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남산 사이에 있는 이른바 '남대문 쪽방촌' 주민 142가구가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에 입주했다고 14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남대문(양동) 쪽방촌'은 6·25전쟁 이후 판자촌이 형성된 곳이다. 현재도 상당수 주민이 60년 이상 된 노후 건물 내 약 3.3㎡짜리 단칸방에 살고 있다.

지역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142가구 주민이 9월 초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으로 입주를 마쳤다. 해든집은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란 뜻으로 2021년 12월 정비계획 결정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준공됐다. 

지하3층~18층 규모(해든센터)이며 지상 6층~18층은 해든집으로 사용하고 지하 3층~지상 5층은 남대문쪽방촌상담소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복지시설과 편의시설로 활용한다. 

해든집은 개발 대상지에 대한 일괄 전면 철거나 입주민 강제 이주 방식이 아닌 이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먼저 마련해주고 이주가 완료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민간주도 순환정비' 첫 사례다. 시는 '선(先) 이주-선(善) 순환' 모델로 시정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순환정비 방식은 추가 비용 발생과 정비기간 장기화로 사업시행자가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시는 자치구, 사업시행자, 전문가 등과 수차례 논의한 뒤 쪽방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방안을 이끌어 냈다.

현재 '영등포쪽방촌'도 이와 유사한 순환개발 방식으로 정비를 진행 중이다. 쪽방 주민이 다른 지역이 아닌 현재 거주 지역 내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이주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오후 해든집을 방문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살펴보고 입주민들을 직접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함께 찾은 iM사회공헌재단과 이마트 노브랜드 관계자들도 입주하는 주민들을 축하하고 건강과 안정된 일상생활을 위해 주방용품, 휴지, 세탁세제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시는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지내게 된 해든집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 변화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 쪽방 밀집 지역 주민에 대한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기반 마련에 활용하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해든집은 강제 퇴거 없는 약자와 동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거 공간으로 민-관의 적극적 협력으로 주거취약층에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한 모델"이라며 "소외 이웃이 없게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