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한국 산업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산업계는 반복된 사안인 만큼 대비가 돼 있다는 반응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9일(현지시간)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확대했다. 조치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기술이 적용된 경우 민간과 군(軍)으로부터 물품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 통제 대상은 희토류 17종 중 지난 4월 수출 규제 품목으로 발표한 △디스프로슘(Dy) △이트륨(Y) △사마륨(Sm) △루테튬(Lu) △스칸듐(Sc) △테르븀(Tb) △ 가돌리늄(Gd) 등 7종과 이들 원소가 포함된 합금·산화물이다.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자성(磁性) 재료 제조 등 희토류 2차 자원 재활용 기술도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무기 생산(방산)의 핵심 자원이어서 우리나라 수출 품목과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디스프로슘(Dy)은 전기차 모터와 SD메모리카드, 이트륨(Y)은 전투기 엔진, 사마륨(Sm)은 유도무기와 레이더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절대적인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의존도 79.8%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1위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 능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겪은 경험이 있어 희토류 특정 품목에 대해선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 중국산 희토류의 국내 수급 동향을 점검하면서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최소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기업들도 자사 제품에 쓰일 3~6개월치 희토류 품목을 비축하고 수출 통제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희토류 수출 통제는 수차례 있었던 만큼 정부와 기업이 모두 일정 수준 대비를 하고 있다"며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 통제를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수출 허가 절차를 지연하거나 거부할 경우가 우려되며, 6개월 이상 통제 조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장기화 불씨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항하는 카드로 희토류 통제를 써 왔다. 이번 조치도 중국이 이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회동을 앞두고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통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호주 등 대체 시장을 노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7월 공식 소통 창구인 '한·중 수출통제 대화'가 설치된 만큼 수출규제 관련 중국 측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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