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LED 홍수 속 35년간 자리 지켜온 '광화문글판'

  • 문안선정위원회 통해 계절마다 새 옷

  • 가을엔 대학생 공모전으로 의미 더해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광화문글판 2025년 가을편’이 내걸려 있다 사진교보생명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광화문글판 2025년 가을편’이 내걸려 있다. [사진=교보생명]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화문글판’이 바로 그 옷이다. 초대형 LED가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를 표출하는 시대에도 한 계절 내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화문글판은 어느덧 35년째 건물 외벽을 지키고 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첫 번째 문구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광화문글판 초기에는 이처럼 계몽적 메시지가 주를 이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문구가 내걸리고 있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게 된 것은 2001년부터다. 초창기에는 불법 광고물로 오해를 받아 벌금을 내는 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광화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가로 20m, 세로 8m 크기의 광화문글판에 내걸리는 문구는 문인을 포함한 외부인과 대산문화재단 관계자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위원들은 분기마다 시민들의 공모작, 위원 추천작 등을 놓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최종작을 결정한다. 주로 위로·용기·희망의 울림을 안기는지, 시대의 관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계절과 어울리고 의미가 쉽게 전달되는지 등이 평가요소다.

특히 광화문글판의 ‘가을옷’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4년부터 진행된 공모전은 교보생명이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광화문글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기획됐다.

현재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 역시 올해 공모전 대상작이다. 최승자 시인의 시 ‘20년 후에, 지(芝)에게’에 있는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곡선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의 모습도 표현됐다.

올해 문안선정위원회에 합류한 유희경 시인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문화의 복판이며 가장 중요한 자리에 문학적 사유의 대상이 내걸린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라며 “광화문글판은 내리 물림 해줄 유산이자 아껴야 할 보물”이라고 평가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광화문글판 35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내가 사랑한 광화문글판’ 에피소드 공모 이벤트를 열고 선정된 에피소드를 이달 출간 예정인 광화문글판 35년 기념 도서에 수록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글판이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더 많은 시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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