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은행권이 디지털 보안 기술을 총동원해 금융 사기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과 생체 인식 인증 스마트 알림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1500억 동(약 80억원) 규모의 의심 거래가 사전에 차단됐다. 금융 사기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계좌 보유자들의 불안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시각) 베트남 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약 30만 명의 고객이 사기 거래 경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베트남 은행 BIDV는 스마트 알림 기능을 도입해 수취인의 계좌번호를 실시간 검사해 성과를 얻었다.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사기 계좌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고객에게 알림을 보내 거래를 재검토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은행은 이 기능을 통해 9만5520명의 고객이 이체를 취소했고, 총 4억3800만 동(약 2400만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환산해보면 개별 건당 최대 5000만 동(약 270만원) 규모의 손실을 막은 것으로 계산된다.
사기 계좌 목록은 ▲Vietcombank ▲VietinBank ▲BIDV ▲Agribank ▲MB 등의 은행들이 작성해 중앙은행에 공유하고 있다. 해당 은행들 외에도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다. 현재 사기 계좌로 의심되는 계좌는 60만 개에 이르며 이 목록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
고객은 작은 금액이라도 사기 피해를 당하면 반드시 은행에 신고하는 것이 권장된다. 은행은 이를 통해 사기 계좌 데이터를 수집하고 향후 차단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다. Vietcombank 관계자는 "디지털 뱅킹 앱에서 이체 시 수취인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와 불일치하거나, 당국의 경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거나, 짧은 시간에 여러 계좌에서 큰 금액을 수취하는 등 이상 거래 패턴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경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TPBank는 계좌 이체 보안뿐 아니라 고객 스마트폰에서 의심스러운 앱이 접근 권한을 요구하거나 악성코드 스파이웨어가 탐지될 경우에도 경고를 발송한다. 은행 측은 이런 경고가 발생하면 즉시 위험 기능을 차단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은행 창구 직원 역시 내방 고객의 심리 상태를 관찰해 사기 피해 가능성을 판단하도록 훈련받았으며, 필요할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거래 여부를 확인한다.
앞서 호찌민시 경찰은 최근 계좌를 임대하거나 매매한다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신종 사기에 주의보를 내렸다. 사기범들은 월 수십만 동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하거나, 손쉽게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실제 자금 세탁이나 범죄 자산 편취에 해당 계좌를 이용당하는 것이다. 계좌 제공자는 행정 처벌로 1000만~5000만 동 벌금과 계좌 동결이 될 수 있고, 형사 처벌 시 재산 편취 또는 자금세탁 혐의로 징역 6개월, 20년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 생체 인증 도입 후 사기 피해 50% 감소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의심 거래에 대한 조기 경고 외에도 온라인 이체 시 얼굴 인식 생체 인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해당 기능을 도입한 이후, 같은 해 8월 기준 사기 피해 사례가 평균 대비 약 50% 감소했으며, 사기 계좌로 입금된 경우도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비밀번호와 OTP 인증을 넘어선 보안 강화 조치로 평가된다. 현재는 1000만동 이상 거래 시 얼굴 인식 인증이 필수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BIDV는 의심 계좌에 대해 고객에게 자동 경고 메시지를 전송하며, 고객이 거래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
은행 창구 직원들도 고객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여 사기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다. 앱에서의 이체 시에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수취인 계좌에 대한 위험을 경고한다. 중앙은행의 응우엔 득 렌 부지점장은 "은행 정보와 계좌를 사고파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베트남의 비현금 결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가 44.4% 늘고 금액은 25% 증가했다. 휴대폰을 통한 거래는 건수가 38.34% 늘었고 금액은 21.24% 증가했다. 특히 QR코드를 활용한 거래는 건수가 66.73% 금액은 159.58% 급증하며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비현금 결제 확대는 편의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금융 범죄 위험도 키우고 있다. 최근 적발된 대규모 사기 조직은 노인 저소득층 학생 등을 모집해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계좌 정보 얼굴 영상 SIM카드를 범죄 조직에 넘기도록 했다. 조직은 이를 이용해 얼굴 생체 정보를 탈취하고 계좌를 장악해 캄보디아의 사기 조직으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돈세탁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보안 기업 CyRadar의 응우엔 민 득 CEO는 "금융기관이 항상 해커와 사기범의 주요 표적이 되기 때문에 사기와 해킹 공격을 막기 위해 다층 보안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평소 수십만동이나 수백만동만 이체하다가 갑자기 수억원대 거래를 하거나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이체하는 경우가 사기범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보안 전문가 응오 민 히우는 "온라인 사기는 결국 피해자가 직접 돈을 송금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계좌를 빌리거나 신분증을 위조해 개설하는 수법도 여전히 활발하다며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고객의 경계심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사기의 80~90%를 차단할 수 있으나 도입하기에는 고비용이라서 모든 은행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은행이 이상 거래 탐지와 고객의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 탐지라는 두 가지 기술 영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각 은행은 의심 거래 발생 시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직원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운영 중이다. 중앙은행은 모든 은행이 사기 계좌와 관련 계좌를 조기 탐지할 수 있도록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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