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지구촌 MZ 세대 분노 도미노,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 정치 부패 악순환에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면 거리로 나올수밖에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지구촌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 유쾌한 뉴스보다 불편한 뉴스가 훨씬 더 많다. 분노와 좌절, 번민과 고통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많든 적든 불문하고 갈수록 이래저래 삶이 피폐해지다 보니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는 혼란스러움에 더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설상가상으로 경제 사정은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 구분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나라 밖은 분열로 인해 두 개의 세계로 갈라지고, 심지어 나라 안에서도 갈등과 대립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으로 이른다.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혼돈의 무질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직은 그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동남아의 Z세대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을 위시한 기득권의 부정·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필리핀·방글라데시에 이어 네팔과 동티모르까지 확산하는 중이다. 어느 인근 국가로 더 튈지 모르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이 10~20대로 상대적 빈곤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들을 거리로 내몬다. 이들에게 닥치고 있는 엄청난 고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득권의 부패는 고질적이면서 만성적이다. 특히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통속이 되어 내로남불을 연발한다. 이를 두고 10여 년 전 중동을 강타했던 ‘아랍의 봄’에 빗대어 ‘아시아의 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랍의 봄’은 지난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마그레브) 지역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반(反)정부 민주화 시위이다. 발원지는 튀니지였다. 이른바 ‘재스민(신의 선물이라는 튀니지의 국화) 혁명’으로 당시 인근 중동 국가로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23년간 철권통치를 한 튀니지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절규도 미완으로 끝나고 여전히 현실과 힘겨운 투쟁이 진행 중이다. 정치적 지형은 조금씩 바뀌고 있으나 경제적 여건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이들의 비폭력 저항 운동은 언제든지 재연될 잠재성이 크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젊은이들의 외부 세계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좌와 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정치적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초 한때 강력히 부상하기도 했으나 정치 후퇴로 잃어버린 100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서구의 신자유주의에 반발하는 소위 ‘핑크 타이드(Pink Tide)’, 즉 중남미 대부분 국가에서 좌파가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포퓰리즘 남발로 경제는 파탄이 나고 정치마저 부패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현상이 단절되지 않고 있다. 요즘은 여러 나라에서 좌우가 정권을 교대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 최고 권력자들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바로 감옥으로 가는 정치적 보복이 반복된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는 파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퇴행적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 개연성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도 때아닌 극우 열풍이 휘몰아친다. 코로나19와 경제적 침체가 지속되면서 뉴 노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트럼피즘(Trumpism) 광풍이 한동안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수 단체 청년 ‘터닝포인트(Turning Point) 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의 총격 사망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증오와 분열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들여다보면 백인과 유색인종, 내부자와 외부자(이민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기독교주의자와 성소수자의 첨예한 갈등이 좀처럼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파 포퓰리즘, 반공주의, 반이슬람주의, 반이민주의, 보호무역주의, 반글로벌리즘, 경제 내셔널리즘 등에 빠르게 휩쓸리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친중·친러’로 인해 부패해지는 국가들의 행태에 대해 군중의 시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와 이로 인한 급격한 국가부채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과 이에 따른 민생고가 일시에 겹치면서 반중 정서가 확대되고,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하고 있는 것이 목격된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사업 참여국에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일부 동남아 국가와 파키스탄·스리랑카에 이어 네팔에는 정권이 붕괴하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케냐·보츠와나 등 다수 국가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유럽의 세르비아의 테니스 영웅 조코비치도 고국을 떠나 그리스로 이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그럼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과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MZ 세대의 내재적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정치 후진성은 극복되지 않고 벼랑 끝으로 질주한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 다르지 않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으로 직행하는 정치적 보복은 진행형이다. 청년들의 미래는 더 암울해지고 전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정치는 이를 외면하고 그들만의 비열한 리그에만 올인한다. 대학 졸업자 중 비경제활동 인구가 420만이나 되며, 청년층이 무려 60만이다. 사다리가 끊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청년 좌절이 점입가경이다. 배부른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 극에 달하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치는 파행을 넘어 독재의 그림자까지 비친다. 정치 악순환이 그치지 않는 데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우리도 그들과 같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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