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DNA 찾아라] 정유 불황인데 석화 짐까지 떠안아...고심 깊은 GS

  • 정유 다운턴 진입했는데

  • LG화학과 NCC 통합 논의

  • 재무 여력, 설비 가격, 대주주 동의 등 벽

  • 57년 동업 관계...양측 양보에 성패 달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편집자주>
최근 기업 현장을 필두로 총수와 경영진, 투자자, 산업계 전반이 '위기 극복과 성장 전략' 수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경영진의 과감한 결정과 핵심 사업 재편, 신사업 투자는 기업의 운명을 바꾸고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원동력이 돼 왔다. 전통 사업 안정성과 신사업 도전, 정책과 글로벌 경기 변동 대응, 위기 속 책임 분담 등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업별 위기 극복 사례와 신사업 도전 과정을 조명하며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이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실행력을 살펴본다.


현재 GS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그룹 핵심인 정유·에너지 사업은 불황으로 지난 2분기 적자 전환한 가운데 나프타분해설비(NCC) 재편이라는 과제까지 떠안고 있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치로 다양한 기업에 초기 투자를 단행하며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창업주 허만정의 정신을 되새기며 위기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NCC 통합을 놓고 동업자였던 GS그룹과 LG그룹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GS칼텍스와 LG화학이 합작회사(JV)를 설립한 후 각자 보유한 NCC 공정을 통합한다는 기초안은 만들었지만 설비 가치 판단과 운영 방식 등에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유·석유화학 재편 그림에서 GS칼텍스와 LG화학은 큰 몫을 차지한다. GS칼텍스 기존 사명은 LG칼텍스다. 20년 전 LG그룹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GS그룹의 핵심 축으로 빠져나왔다.

이로 인해 과거부터 LG화학과 사업 연관성이 컸다. 대표적인 사례가 GS칼텍스 정유 공장에서 분리한 나프타를 파이프를 통해 LG화학 NCC로 바로 공급하는 구조다. 여수 산단 내 양사 공장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GS그룹 허씨 가문과 LG그룹 구씨 가문의 57년 동업 관계를 잘 드러낸다.

다만 GS칼텍스 입장에서 LG화학과 NCC를 통합하는 것은 난제다. 2017~2018년 중국발 업턴(호황)으로 석화 업체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본 GS칼텍스 경영진은 직접 석화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설비(MFC)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9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주요 석화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설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LG화학 NCC까지 품으면 중국발 석화 공급과잉으로 인한 피해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한다. GS칼텍스는 지난 2분기 OPEC+ 증산 기조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력인 정유 사업에서 3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석화 사업도 영업손실 319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설비 통합 효과가 날 때까지 버틸 재무적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LG화학이 NCC 설비 가치를 GS칼텍스 기준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대주주인 셰브론 측 동의도 얻어야 한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와 미국 메이저인 셰브론이 5대 5로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라 양측이 합의해야 투자·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브랜트 피시 셰브론 국제 다운스트림 부문 사장이 지난 8일 한국을 석화·중유 설비 강화를 위한 주요 투자처로 언급하긴 했지만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윤활유에 대한 투자인지 석화에 대한 투자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래도 오랜 동업 관계로 쌓인 신뢰 덕에 GS와 LG 간 NCC 통합이 다른 기업들보다는 난도가 낮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구인회 LG그룹 초대회장이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셋째인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을 중용하면서 57년에 걸친 오랜 동업 관계가 시작됐다"며 "양측이 각자 이익을 좇지 말고 LG-GS를 공동 경영했을 때처럼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부 주도 NCC 통합에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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