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이 연속적인 M&A(인수·합병)로 석유화학 의존에서 벗어나 소비재·레저·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며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흥국리츠운용이 KT&G 매물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태광산업 컨소시엄도 애경산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지위를 확보하며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이번 M&A를 통해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 소비재와 레저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성장 정체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2000년대 초반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전략의 재현으로 보고 있다. 당시 태광은 티브로드, 흥국화재,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재계 순위를 36위까지 끌어올렸다. 현재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투자 공백으로 인해 순위가 59위까지 하락했다.
특히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 추진은 구조적 위기 대응 차원에서 진행됐다. 섬유·석유화학 중심의 B2B 사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손실만 1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그룹은 화장품과 생활소비재 진출을 중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화장품 사업은 석유화학·섬유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프로필렌, PTA, 아크릴로니트릴 등은 원료로 활용 가능하며, 섬유 기술은 성분 흡수력 향상 등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접목된다. 태광이 인수한 애경산업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 규모로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은 이를 통해 원료·제조·브랜드·판매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안정적 수요 확보와 친환경·기능성 화장품 개발, 계열사 마케팅 협업 등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호텔 인수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팬데믹 이후 관광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신규 공급이 제한돼 호텔 자산 가치가 높아진 시점에서 흥국리츠운용의 우선협상권 확보는 그룹 차원의 레저 자산 보강 효과로 해석된다.
태광은 동시에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효율화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스판덱스 공장을 철수하며 섬유·석유화학 부문을 정리하고, 흥국생명을 통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하며 금융 부문 입지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재·레저·금융·미디어를 아우르는 다각적 포트폴리오 전략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M&A가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성장 기반 전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이 소비재와 레저 자산을 확보하면 금융·미디어·레저를 아우르는 종합 생활문화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 향후 추가 M&A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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