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인증권이 실적 반전을 위해 넥스트증권의 프랍 트레이딩팀을 통째로 영입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상상인증권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최근 양우석 전무를 비롯해 김철우 이사, 김진우 이사, 임재경 이사 등 넥스트증권 트레이딩 부서 핵심 인력 4명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넥스트증권에서 각각 트레이딩본부장과 팀 수석을 맡고 있었다. 특정 증권사 팀 전체가 통째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건 증권가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양우석 전무는 넥스트증권 트레이딩본부장을 지냈으며 과거 한화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상상인증권에서도 트레이딩본부장을 맡는다. 김진우 이사 역시 넥스트증권 트레이딩팀 수석 출신으로 한화증권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김철우 이사도 넥스트증권 트레이딩팀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유안타증권 에쿼티운용팀 부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상상인증권에서 트레이딩팀 소속으로 활동한다.
임재경 이사는 유안타증권 트레이딩팀 부장에서 넥스트증권 트레이딩팀 수석으로 옮겼고, 이번에는 AI퀀트팀장으로 상상인증권에 합류했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상상인증권은 트레이딩본부를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련 임원이 없었지만 본부장급 외부 인재를 영입하며 조직 체계를 갖췄다.
상상인증권의 이번 영입은 실적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순손실 47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73억3000만원 순손실을 내 60개 증권사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엔 리테일(-36억5000만원), IB(-2억5000만원), 자산운용(-6억8000만원), 기타(-103억3000만원) 등 대부분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다만 홀세일(트레이딩 관련 부문)에서만 76억원 흑자를 기록해 해당 부문을 집중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근 대형 증권사가 자본력과 영업 환경에서 우위가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사와 격차를 벌리며 증권사 양극화가 업계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프랍 트레이딩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직접 운용해 수익을 내는 활동으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직원 역량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다. 상상인증권은 이 특성을 활용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해 안정적인 영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상상인증권의 회복은 모기업 ‘상상인’에도 절실하다. 상상인 매출 대부분은 계열 금융사(증권사·저축은행 2곳)에서 나왔으나 계열 저축은행 2곳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한편 넥스트증권 측은 “트레이딩을 담당하던 팀이 상상인증권으로 이적해 공백이 생겼다”면서도 “기존 IB와 리서치·세일즈 조직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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