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탄 재사용발사체는 시대의 요청이다

  • 이금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금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금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필자는 2018년 봄에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누리호 시험발사체 준비로 분주할 때였다. 당시에 필자는 누리호 엔진개발에 참여하고 있었고, 발사할 엔진의 설계와 제작이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에 진행해야 할 차세대발사체에 필요한 선진 엔진 기술을 탐색하기 위하여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아폴로 사령선의 엔진을 조사하러 방문했다. 그 즈음에 스페이스X에서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9 발사를 앞두고 있었고, 필자가 방문하려고 계획했던 바로 전날에 발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발사 카운트 다운을 진행하다가 발사 1분을 남기고 발사가 취소되었고, 다음 날 발사하기로 결정이 되면서 필자는 운이 좋게도 처음 방문한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9 발사와 해상착륙을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 그 날 발사한 것은 현재까지도 운용되고 있는 팰컨9의 마지막 개선 버전인 팰컨9 v1.2 블록5의 첫 모델이었다.

팰컨9의 깔끔한 발사와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1단의 착륙에 매료된 필자는 스페이스X의 엔진 기술 개발 전략과 발사체 기술 개발 전략을 연구하게 되었고, 정리된 결과를 각각 논문으로 출간하였다. 그리고 이 논문은 2021년-2022년 2년간 추진공학회지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이 되었다. 스페이스X에 올인하였던 일론 머스크와 팰컨1의 연속 3회 실패로 파산할 뻔했던 스페이스X의 스토리, 그리고 NASA의 극적인 지원과 팰컨9의 성공, 그리고 수많은 비아냥거림과 부정적인 이야기에도 끝까지 밀고 나가서 성공시킨 팰컨9의 재사용화. 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었지만, 재정적인 압박이 목 끝까지 들어오는데도 불굴의 투지와 전략적 선택, 그리고 때에 맞게 찾아왔던 ‘운’들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의 삶은 뉴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필자는 누리호 다음의 발사체는 재사용발사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이른 생각이었다. 당시는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발사도 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서 만든 그 어떠한 발사체 엔진도 우주검증이 되지 않았던 척박한 시절이었다. 3단형 누리호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재사용발사체, 그것도 스페이스X가 새롭게 추구하고 있었던 신형 메탄 엔진 ‘랩터’와 같은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사체는 너무나 앞서나간 이야기였다.

2018년 12월에 누리호를 이을 차기 발사체를 구상하던 항공우주연구원의 젊은 연구원들은 차기 발사체에 필요한 기술들을 이야기하면서 메탄 상단 엔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등유 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했던 몇몇 다른 연구원들로부터 배척당했었다. 엔진을 제대로 개발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학계 연구자들의 반발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상하게도 매우 맹렬하게 반대하였다. 당시 그들이 반대하였던 대표적인 이유는 메탄 엔진은 비행경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차세대 엔진으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랠러티비티 스페이스 등은 메탄 엔진으로 전환했고 메탄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배척하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모습은, 마치 쇄국정책을 쓰고 있었던 조선 말기의 학자처럼 보였다. 모름지기 연구자라면 열린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봄 직도 하건만, 무슨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달려드는 그들의 태도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메탄 엔진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는 스페이스X의 CTO이자 팰컨9과 스타십의 엔진개발 총 책임자였던 톰 뮬러였다. 그는 2017년에 자신이 개발하였던 등유 엔진 ‘멀린’의 개발과 이후 메탄 엔진 ‘랩터’로 전환한 이야기를 인터뷰하면서 빠른 재사용과 저렴한 가격, 엔진 찌꺼기가 거의 남지 않아 관리가 편한 메탄 엔진의 장점을 열거하였고, 앞으로 항공기의 재사용 횟수만큼 발사체의 재사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거기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경제적인 발사체는 메탄 재사용발사체라는 것을 언급하였다. 케로신 엔진, 곧 등유 엔진은 최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썩 나쁜 선택도 아니었다고 곁들였다. 하지만 스페이스X에서 최초로 개발한 멀린 엔진을 케로신 엔진으로 만든 것은 자신들의 실수였고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팰컨9도 메탄 발사체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톰 뮬러의 제자(?)들은 블루 오리진, 랠러티비티 스페이스로 많이 이직하였고 그들의 신형 메탄 엔진을 개발하는 핵심 멤버들이 되었다. 그리고 스페이스X에 위협을 느낀 중국과 유럽은 자체적으로 메탄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랜드스페이스는 메탄 엔진을 사용한 발사체를 세계 최초로 궤도에 투입하는데 성공하였다.

어떤 국가건 어떤 회사건 간에 발사체 개발은 10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도 창업과 동시에 멀린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 팰컨9을 발사 성공하기까지 9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스페이스X의 최신 로켓 스타십에 대해서는, 랩터 엔진을 메탄 엔진으로 개발하기로 한 2012년 이후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스타십이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한 번 개발이 시작되면 10년 동안은 꼼짝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발사체 개발의 현실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저비용 재사용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해서, 20년 후 유인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해서, 국가 안보를 위한 한국형 스타링크 체계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차세대발사체를 메탄 재사용발사체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사용이 빠르게 안정적으로 잘 되는, 유인 발사체로 전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 우주 전략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차세대발사체를 메탄 재사용발사체로 개발하여 2030년대 중반에 재사용발사체를 확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요청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