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가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지적하며 이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중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일 한국의 8월 수출 통계를 제시하며 “이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면서 “한미 무역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의 무역 성과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8월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실행 가능한 방안은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미국 외 시장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아세안(ASEAN)과 같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활용함으로써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대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중국은 한국에 중요한 수출 시장”이라며 “미국의 관세와 세계 수요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대중국 수출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한중 양국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구조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위주”라면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분야의 기술·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 양국 간 교역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일본, 한국, 아세안 등 경제권을 아우르는 지역 공급망을 강화해 역내 교역을 증진할 수 있다"며 "한중 2단계 자유무역협상(FTA) 확대 노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 가지 과제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동시에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의 중국 시장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면서 “양국 간 무역 잠재력 확대는 한국이 외부 압박에 맞서고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데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미국산 장비를 활용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공장 확장과 기술 개선을 제한 조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글로벌타임스의 이번 논평은 "SK는 어떻게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국의 관세로 인한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이 중국 현지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 허가를 폐지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수출 통제를 도구화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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