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은 점차 고갈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동안 상황을 지켜본 뒤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 TV1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최근에 한 목요일(21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몇몇 작은 조짐이 보였다”고 말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약 열흘 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그때쯤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고갈되면 러시아에 제재 또는 관세 부과를 위협하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유럽 지도자들과 다자회담 도중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그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2주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다는 백악관 다자회담 참석자들의 전언이 나온 바 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 양보를 압박했다. 그는 2주 내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할 것이다.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제재나 관세일 수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건 당신들의 싸움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며 “누구의 잘못인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잘못이라면 관세나 제재 카드를 꺼내들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사실상 중재 역할을 포기할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수개월째 제한하고 있다고 전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빗장’을 풀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올해 늦봄부터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내 표적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침략국을 공격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반대했던 기존 입장과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변화는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협상력을 되찾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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