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K-수제맥주, 빈자리 파고드는 日맥주

  • 어메이징브루잉 사실상 파산 절차…세븐브로이·와이브루어리도 회생절차

  •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 1150억 '역대 최고'…코로나 이후 'V'자 반등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한때 급성장했던 국내 수제맥주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시장 성장세 둔화와 고정비 부담,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에 파산·회생 절차를 밟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K-수제맥주가 주춤한 사이 맛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는 흐름을 탄 일본 맥주가 시장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세대 수제맥주기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3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면 이해관계자들은 법원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또는 폐지 결정이 공고된 날로부터 14일 이내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도 오는 6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를 운영하던 와이브루어리는 지난달 1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같은 달 30일 간이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상황이다. 간이회생절차란 부채총액 50억원 이하일 경우 일반 회생절차보다 비용과 기간이 적게 들도록 하는 것이다.
 
수제맥주업계의 위기는 코로나19 이후 시장 자체가 급격히 위축된 데서 비롯됐다. 외식 수요 회복에도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소량 생산 구조의 한계가 부각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수입 프리미엄 맥주와 하이볼 등 대체 주류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1520억원에서 2023년 75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국내 수제맥주기업들이 도미노 도산 위기에 처한 사이 일본 맥주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7915만 달러(약 115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19년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2020년 567만 달러(약 83억원), 2021년 688만 달러(약 1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던 일본 맥주 수입 규모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V자 반등’에 성공했다. 2022년 1448만 달러(약 210억원)로 반등의 물꼬를 튼 뒤 2023년 5552만 달러(약 808억원), 2024년 6745만 달러(약 982억원)로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작년 수입액은 불매운동 직전인 2019년(3976만 달러·약 580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때 ‘개성과 스토리’를 앞세워 성장했던 수제맥주는 가격과 품질 경쟁이 본격화된 주류 시장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소비자 선택지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다. 반면 일본 맥주는 안정적인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 대량 생산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백을 빠르게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제맥주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단순한 콘셉트 경쟁을 넘어 원가 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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