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양 정상이 회담 후 발표한 합의 문서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점에 가장 주목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취임 후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찾았다는 점, 역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는 점, 그리고 17년 만에 양국 정상이 공동문서를 작성했다는 점 등에서 이번 회담이 이례적이라고 한목소리로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 정상이 공동문서를 통해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한·일 관계의 기반에 입각하여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명기했다면서 “(한·일) 협정이 양국 관계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요미우리는 “양국 관계에 관한 포괄적인 문서를 작성한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이라며 “양 정상의 공통 인식을 문서로 확인함으로써 이재명 정권하에서 관계 강화로 이어가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이 대통령이 확대회담에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협력해 가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일본으로서도 ‘기쁜 서프라이즈’였다”는 외무성 간부의 전언을 실었다. 이 대통령이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했으며, 방문 시기도 역사 문제를 상기시키는 8월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고 짚었다. 신문은 이어서 “회담에서는 양국이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한편, 이 대통령은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같은 현안을 표면화하지 않아 일본 정부로서는 ‘무난한 출발’이라고 안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응한 한·일 결속의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지지통신은 “이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해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선명히 했다”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미·중 대립 격화에 더해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이 과거 대일 강경 발언을 완전히 봉인하고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 강화를 어필한 것은 양호한 한·일 관계를 활용하고 싶은 이시바 총리의 의도와도 합치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권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공통 과제가 한·일 정상의 결속을 뒷받침했다”고 짚었다.
산케이신문도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찾은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난항이 예상되는 미국과의 교섭으로 이어가고 싶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편 지지통신은 “한국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갈 때쯤 반일 색(色)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일본 측의 불안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 ‘당분간은 한·일 관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양국 정상이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는 공동기자회견으로 제한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 기조가 얇은 얼음 위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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