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가 첫 번째 국정 과제로 개헌을 꼽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밝힌 권력 구조 개편에 관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신호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헌정사상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면서 시민사회가 분출해 온 '제왕적 대통령제'의 변화 목소리를 반영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 등 주로 권력 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 중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책임 정치의 강화를 위해 기존에 주장했던 4년 중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견해를 수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며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거슬러 묻지마 식으로 남발돼 온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된 법안이라면 원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명령·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비상명령이나 계엄을 선포하려면 사전에 국회에 통보하고 승인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추천을 받아야만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있게 하자"며 "대통령이 총리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해 국무총리로서 맡은 바 직무를 더 든든히 수행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청, 경찰청과 같이 중립성이 필수적인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중립적 기관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의견도 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미 이에 합의했다"며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층 더 굳건하게 지켜나가자"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자 등 주요 대선 후보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같은 날 일제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말씀드린 사항을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새로운 개헌을 완성하자"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달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국가 비전과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123대 국정 과제, 재정 지원 계획, 입법 추진 계획 등으로 구성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가장 먼저 "권력 기관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개혁을 완성하겠다"면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739개 단체와 활동가로 구성된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달 9일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111개 과제를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는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 설립의 문턱을 낮추고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로 보장하며, 결선투표제 도입과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의 일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개헌 추진 요구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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