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수년내 가계부채 감소 전환…총량 중심 관리정책 재고해야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거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거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수년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정점을 찍고 감소 전환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택 마련 등 신규 부채 수요가 집중되는 청년층 비중이 줄고 축적된 자산으로 소비를 유지하는 고령층 비중이 증가하는 인구구성 변화에 따른 결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DI 포커스(FOCUS)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올 1분기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3%로 스위스(125.8%), 호주(112.0%), 캐나다(100.4%), 네덜란드(91.9%)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통상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은 가구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고 금리 상승, 경기 침체와 같은 금융 리스크를 확대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에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IMF 외환위기 직후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뚜렷한 등락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DI는 이 같이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으로 '기대수명의 증가'를 꼽았다. 최근 25년간 주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50세 전후로 정체된 상태에서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소득이 발생하는 기간 중 소비를 줄이고 자산을 더 많이 축적하려는 경향이 가계부채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이어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상승세는 2000년대에도 지속돼 연평균 0.4세씩 증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증가 속도(0.2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자산 축적 방식이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향후 가계부채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청장년층
의 경우 고령층이 공급한 금융자산을 차입해 주택자산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부채 증가는 주로 청장년층에서 나타난다. 실제로 2013년과 2023년의 전 국민 부채 자료를 비교해 보면, 청장년층의 일인당 실질 부채는 증가한 반면, 고령층의 실질 부채는 오히려 감소했다. 

따라서 저출생이 지속되면서 인구의 다수가 60~70대 고령층으로 구성될 경우, 자금 수요는 축소되고 가계부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70년까지 6.4세(84.5세 → 90.9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이 같은 기대수명 증가가 가계부채 비율을 약 29.5%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같은 기간 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가 가계부채 비율을 약 57.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구조적인 인구 요인의 변화로 2070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약 27.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미루 연구위원은 "지속된 기대수명 증가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생애 주 직장에서의 재직기간은 정체돼 근로자들이 퇴직 후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이 가계의 자산 축적 동기를 강화하고, 연령대별 이질적인 자산 축적 방식과 맞물려 가계부채의 확대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직무·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은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임의의 총량 목표를 설정해 이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식의 가계부채 정책이 불필요한 마찰과 높은 조정비용을 초래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에서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자금 흐름을 과도하게 제약하기보다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와 금융기관의 거시건전성 유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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