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적절한 수준의 부채는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지만 과도한 부채는 가계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 관리는 숙련된 항해사가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듯 섬세하고 균형 잡힌 접근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균형적 접근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6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한액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대상 물건이 아파트면 6개월 이내에 입주하는 조건까지 추가하면서 아파트 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성공하는 듯하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안정한 균형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용해온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대출총액관리와 DSR 관리 등 매우 직접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출총액관리를 ‘자율적 관리’라고 이름 붙였으나 자율은 아니었고, 이재명 정부는 아예 대출총액관리라고 부른다. 금융당국이 각 금융기관과 연간 대출 규모를 협의해 설정하고, 각 금융기관은 부여받은 대출 총액한도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 오랜 관치금융의 흔적들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회복에 필요한 소비 여력을 제약하므로 이를 정부가 개입해 관리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300조원의 가계대출 실적과 34조원 규모의 이자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도 비슷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대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대출총액이 정부에 의해 정해지면 금융기관은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금융소비자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금리 인하 및 서비스 개선에 대한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정부가 조장한 독점적 구조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가계부채와 고금리 문제를 간접적이고 수요자 중심의 시장친화적 시스템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시장친화적 방식은 대출규제 환경에서도 금융기관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뜻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는 대출 총량 할당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만큼 추가되는 신규 대출 약 85조원에 대해 각 금융기관이 경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용정보원 등을 통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되 금융기관별 실제 대출 물량은 금리 인하와 서비스 개선 등 경쟁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DSR 적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지금은 DSR 40%가 마치 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 개인의 소득·신용 차이, 지역 차이, 금융기관 실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획일적 규제다. 규제 예외도 많다.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대출, 정책모기지 등을 빼면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중 약 29%만 DSR 규제 대상이다. 이렇게 해서는 가계대출을 줄여나갈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대출을 대상으로 DSR을 적용하되 금융기관이 20~60%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고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정부는 문제 발생 시마다 땜질식 금융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큰 틀에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주체들이 자발적인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소비자 후생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6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한액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대상 물건이 아파트면 6개월 이내에 입주하는 조건까지 추가하면서 아파트 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성공하는 듯하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안정한 균형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용해온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대출총액관리와 DSR 관리 등 매우 직접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출총액관리를 ‘자율적 관리’라고 이름 붙였으나 자율은 아니었고, 이재명 정부는 아예 대출총액관리라고 부른다. 금융당국이 각 금융기관과 연간 대출 규모를 협의해 설정하고, 각 금융기관은 부여받은 대출 총액한도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 오랜 관치금융의 흔적들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회복에 필요한 소비 여력을 제약하므로 이를 정부가 개입해 관리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300조원의 가계대출 실적과 34조원 규모의 이자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도 비슷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대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대출총액이 정부에 의해 정해지면 금융기관은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금융소비자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금리 인하 및 서비스 개선에 대한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정부가 조장한 독점적 구조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DSR 적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지금은 DSR 40%가 마치 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 개인의 소득·신용 차이, 지역 차이, 금융기관 실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획일적 규제다. 규제 예외도 많다.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대출, 정책모기지 등을 빼면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중 약 29%만 DSR 규제 대상이다. 이렇게 해서는 가계대출을 줄여나갈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대출을 대상으로 DSR을 적용하되 금융기관이 20~60%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고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정부는 문제 발생 시마다 땜질식 금융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큰 틀에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주체들이 자발적인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소비자 후생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