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최근 공개한 생존 인질 영상과 관련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날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영상에 등장한 인질 가족과 통화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총리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AF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줄리엔 레리송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역 조정관과 통화하면서 인질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의료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ICRC 측도 성명을 통해 "끔찍한 영상에 경악했다"며 "인질 접근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도심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네타냐후 정부를 향해 가자지구 내 인질 전원 석방을 조속히 달성하라고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미지는 끔찍하고 하마스의 야만성을 드러낸다"며 "모든 인질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무장 해제하고 가자지구에서의 통치를 종료해야 한다"며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가자 주민들에게 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생존 인질 2명이 등장하는 영상 세 편을 잇달아 공개했다. 영상에는 24세 이스라엘 남성 에비아타르 다비드와 독일·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21세 롬 브라슬라브스키가 등장하며, 두 사람 모두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다.
특히 다비드가 극도로 야윈 모습으로 '내 무덤'이라 지칭한 구덩이를 직접 파는 장면은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마스는 인도주의 통로의 영구 개방, 구호품 배포 중 공습 중단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인질 대상 구호물자 전달에 적십자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하마스는 인도주의 단체의 인질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있으며, 인질의 상태는 가족들에게도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총 50명이며, 이 중 20명의 생존만 확인됐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3일 기준 24시간 동안 최소 6명이 기아 또는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기아나 영양실조로 숨진 사람은 아동 93명을 포함해 175명에 달한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및 총격으로 80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남부 및 중부 지역에서 구호품 배급소로 향하던 주민들도 포함됐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이집트 국영 알카히라TV는 이스라엘이 지난 3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엄격히 제한한 이후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107t의 디젤을 실은 연료 트럭 2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트럭들이 실제로 진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편,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찾아 기도했다고 밝혔다. AFP에 따르면 그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녹화한 영상 성명에서 "하마스의 끔찍한 영상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이주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알아크사 사원을 여러 차례 찾아 팔레스타인 민심을 자극했다. 동예루살렘 구시가지 언덕에 있는 이 사원은 무슬림에게는 '알하람 알샤리프', 유대인에게는 '성전산'으로 불리며, 유대교·기독교·이슬람 3대 종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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