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예고로 인해 미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사재기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관세 부과 전에 대량으로 사두려는 K-뷰티 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에스더 리 씨가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은 아이라이너와 자외선차단제를 구입해 수백 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리 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지금도 클리오 아이라이너, 에스쁘아 브로우 마스카라, 에뛰드 하우스 마스카라를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미국 제품보다 번지지 않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리씨가 사용하는 화장품 중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그는 관세로 가격이 오를 경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량 구매하거나 지인을 통해 제품을 부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틱톡 팔로워 5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인플루언서인 테일러 보스만 티그는 지난 5월 한국 토너와 보습제를 언박싱(개봉)하며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특정 한국 화장품은 절대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K-뷰티 브랜드 ‘크레이브뷰티’ 창립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유리아 씨는 “(한국 화장품은) 한국 생산 제품이 대부분이기에 이번 관세는 뷰티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변동되는 정책 탓에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약 55억 달러(약 7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던 일부 브랜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유리아 씨는 관세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한국 브랜드가 가성비보다는 가치 중심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업계에 꼭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재기 열풍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했으나 최근 다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을 가졌으나 양측 모두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양측이 원하는 조건을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 중인 캘리포니아 출신의 소피 허(27) 씨는 “한국 화장품은 내 피부 톤과 더 잘 맞고, 질감도 가볍고 순해서 꾸준히 사용 중”이라며 “귀국 전 친구들 것까지 함께 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속 구매할 것”이라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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