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야디가 헝다처럼 망할까?”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진핑 실각설’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비야디 위기설’이다. 비야디 경쟁사 회장이 “자동차업계의 헝다가 존재한다”고 폭로한 이후, 이는 사실상 비야디를 지목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헝다는 천문학적 부채로 결국 파산한 중국 부동산 재벌이다.
현재 비야디 위기설의 진원은 빚이다. 저가 출혈 경쟁 속에 비야디도 헝다처럼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것. 최근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야디 총부채는 약 112조원으로 5년 새 4배 이상 급증했고, 부채 비율도 68%에서 75%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자동차 업계 중상위 수준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다. 헝다의 부채 비율은 130% 이상이었다.
게다가 이자 부채가 대부분이었던 헝다가 이자를 낼 돈이 없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것과 달리, 비야디의 지난해 이자 부채는 전체 부채의 4.5%에 불과하다.
대신 부채 대부분은 공급업체에 갚아야 할 매입채무와 기타 미지급금 등이었다. 이 중 기타 미지급금은 사실상 ‘디롄(迪鏈)’이다. 디롄은 비야디 공급망 금융 플랫폼을 통한 자금조달을 뜻한다.
공급망 금융은 은행 대출 문턱이 높은 중소 협력사(공급업체)도 대기업(구매업체)의 신용을 빌려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중국 정부는 이를 혁신 금융의 일환으로 적극 지원해 왔다.
비야디의 공급망 금융 플랫폼을 살펴보자. 비야디는 공급업체에게 부품을 받고 대금 지급 대신 평균 8개월짜리 전자어음(IOU), 즉 디롄을 발행한다. 공급업체는 은행을 통해 할인율 4~6%로 디롄을 조기 할인해 현금화하거나 거래처에 현금 대신 디롄을 대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다. 디롄은 비야디 신용에 기반한 일종의 금융 레버리지다.
비야디도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이자를 내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디롄을 통해 공급업체 자금을 무이자로 갖다 쓰는 게 유리했다. 비야디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비야디의 디롄 누적 발행액만 4000억 위안(약 77조원) 이상, 연간 40억 위안 이상의 이자 비용을 절약했다. 공급업체가 사실상 비야디의 무이자 대출 은행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공급망 금융은 오늘날 중국 자동차 업계 일반적 관행이지만, 비야디는 워낙 공급망이 거대한 만큼 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의 ‘갑질’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중소 공급업체로선 비야디 공급망에 편입만 돼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더 많은 주문을 받고 은행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기에 이를 감수하는 것이다.
사실 공급망 금융은 회사 경영이 정상적일 경우 든든한 돈줄이 되지만, 성장세가 정체되거나 고꾸라지면 재무 리스크가 커져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 대금 지급기한을 60일로 줄이라는 지침을 내리고, 공급망 금융 모니터링 감시를 강화하는 등 전기차 시장의 무질서한 경쟁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이는 과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계에 ‘레드라인’을 설정해 은행 대출을 막자 돈줄이 끊긴 헝다가 위기에 봉착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기자가 볼 땐 ‘비야디가 헝다처럼 망할까’라는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부채(디롄)에 의존한 급성장, 금융 레버리지 활용, 정부 규제 압박 측면에서는 비야디가 헝다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비야디는 적자에 허덕인 헝다와 달리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다. 강력한 연구개발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체 첨단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 부품 자급률도 75%에 달한다. 게다가 전기차는 중국 정부가 밀고 있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데, 과연 부동산처럼 무너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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