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이후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죄자 유럽연합(EU)이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 차단을 위한 EU의 대러 제재안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등 EU 회원국들은 국방예산 증액을 천명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자국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미르네를 비롯한 2개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미르네는 도네츠크주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경계선에 있는 마을로,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인접한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로 진격하고 있다.
서방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 공격을 강화한 러시아가 여름 공세를 개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면 휴전하는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영토를 점령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러시아는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완전 장악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이날 일일보고서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9개의 활공폭탄과 215대의 드론(무인항공기)을 격추했다고 공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방산 시설과 드론 훈련센터를 공격해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 2대와 레이더를 파괴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적의 의도와 전진 시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 부대의 끈질긴 저항과 능동적인 방어 덕분에 이러한 시도가 모두 좌절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이번 여름 작전에서 지휘부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EU는 대러 제재 패키지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4명의 EU 소식통을 인용해 EU 회원국들이 새 제재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으며, 한 회원국만 기술적 유보 의견을 남긴 상태라고 보도했다.
최종합의는 14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오는 1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공식 승인될 전망이다. 이번 제재안의 핵심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국제 유가에 연동되는 시장 연동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3개월간 국제 유가 평균보다 15% 낮은 수준으로 상한선을 설정하자고 제안했으며, 이 방안이 이번 제재안에 반영됐다. 이 기준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의 초기가격 상한은 배럴당 약 47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EU 소식통은 전했다. 가격상한선은 당초 제안된 3개월 주기 조정 대신 6개월 주기로 조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이 소유한 인도 내 정유시설, 중국계 은행 2곳, 러시아 석유 수출에 동원된 선박의 기국 등록기관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EU 회원국들의 국방예산 증액 발표도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기념일(7월 14일)을 하루 앞두고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 안보를 스스로 보장해야 한다”며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국방 예산을 640억 유로(약 103조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유럽 내 프랑스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영국 파트너와 함께 프랑스는 우리 대륙에 필요한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보장하기 위해 자발적인 국가들의 연합을 결성했으며 이 연합의 작전 본부는 파리에 설치됐다”며 “프랑스가 향후 작전에서 핵심 국가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대규모 국방비 증액 결정에 따라 무기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2029년까지 연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70% 증가한 1620억 유로(약 260조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유럽이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는 가운데 미국의 안보 관심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계도 이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계는 생산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며 “이는 탄약, 드론, 전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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