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미국 측에 방위비를 자발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으며, 미국이 공개적으로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지 않도록 조율해 왔다. 실제로 지난 3월과 5월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미국 측은 방위비 목표치 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초에도 7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방위비 증액은 언급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재차 전달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세 번 연속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방위비에 대해 더 이상 무엇도 말하지 않으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정권 내 입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2 회의 일정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했고, 선거 전에 미국 측이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방위비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이 일본에 방위비를 GDP의 3.5%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이 이에 반발해 2+2 회의를 취소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아사히는 “일본이 미국에 절실히 바란 것은 ‘참의원 선거에 대한 배려’였다”며 “일본은 방위비 증액을 둘러싼 미국의 압력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 선거에서 정권·여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에 ‘이른 시일 내에 반드시 자체 판단으로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리 관저의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에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관련해 “시간문제”라며 “미국이 세계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가운데 일본만 숫자가 언급되지 않도록 계속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이시바 시게루 정권 시절부터 일본 정부가 GDP 대비 2% 이상의 방위비 증액 기조를 사실상 확정했으나, 실제로 이를 감당할 재정 여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한 GDP 대비 3.5% 수준의 방위비를 맞추려면 2024년도 명목 GDP 기준으로 약 21조엔(약 196조원)이 필요하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증세나 사회보장 재원 삭감 등 추가적인 재정 개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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