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6일 중국 전역에서 밀크티가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 배달 플랫폼 간 이용자 유입을 위한 할인 쿠폰 경쟁이 격화하면서 밀크티 가격이 무료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중국 내 밀크티 매장들은 모두 라이더(배달 오토바이 기사)들로 북적였고 심지어 일부 매장 직원은 업무량 폭증으로 거의 실신 상태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2000년대생들이 따라잡은 유일한 복지다" "냉장고가 넘칠 지경"이라는 반응과 함께 쿠폰 경쟁을 멈추지 말아 달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쿠폰을 적용하기 위해 밀크티만 3일치 배달을 예약했다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7~8일 차백도와 미쉐, 나이쉐더차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밀크티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퀵커머스(1~2시간 이내의 신속 배송 전자상거래)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면서 이같은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업계는 퀵커머스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는 추세다. 중국 내수 부진과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는 둔화한 반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퀵커머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중국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6500억 위안(약 124조7000억원)에 달했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는 "거대한 시장 잠재력이 기업 간 경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평했다.

알리, 일일주문량 8천만건 돌파...메이투안 1.2억건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가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말 퀵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 '산거우(閃購·번개배송)'를 출시했다. 이후 5월 초 중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식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의류, 꽃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해 신속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특히 알리바바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퀵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흡수하고 있다. 일례로 알리바바의 퀵커머스 배송은 음식 배달 자회사인 어러머(Ele.me)가 담당한다. 퀵커머스는 음식 배달에서 카테고리만 확장됐을 뿐 주문 즉시 배송이라는 큰 틀은 동일하다.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알리바바는 6월 어러머와 온라인 여행 플랫폼 플리기(Fliggy)를 중국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인 타오바오·티몰과 합병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종합 소비자 플랫폼으로의 전략적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했다.
단기적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타오바오 측은 지난 7일 퀵커머스 일일 주문량이 8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는 2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메이투안의 일일 주문량은 지난 5일 1억2000만 건을 돌파했다.
징둥까지 삼자구도 경쟁..."내수 부진 부각" 시각도
기존 강자인 메이투안이 꽉 잡고 있던 중국 퀵커머스 시장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의 합류로 삼자구도 체제가 구축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식품 체인 허마셴성의 허우이 창립자는 "메이투안, 타오바오, 징둥 삼각편대가 퀵커머스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면서 "이는 이커머스 판매에서 퀵커머스 판매로의 빠른 전환을 이끌었고, 전통적인 소매판매가 다시 한번 부상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면, 징둥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고품질 음식과 낮은 가맹 수수료, 배달 라이더를 위한 복지 등을 홍보하며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한 징둥은 최근 일일 주문량 2500만건을 달성했다. 알리바바와 징둥 모두 이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메이투안은 쫓기는 신세라는 게 중국 매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음식 배달에서 독보적 1위였던 메이투안은 4월 중순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왕싱 메이투안 창업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커머스 기업들의 퀵커머스로의 전략 전환은 중국 내수 부진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버브라이트 증권 인터내셔널의 케니 응 전략가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퀵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중국 소비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기존 전자상거래 모델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업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했고 그 결과 부문 간 경쟁이 심화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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