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한 하정우 인공지능(AI) 수석, LG AI연구원에서 ‘엑사원’을 주도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장관, 인공지능정책관을 지낸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까지. ‘소버린 AI 프로젝트’ 추진에 사활을 건 이재명 정부가 AI 트리오 선정을 마쳤습니다.
이들의 진두지휘 아래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 전망입니다.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15일) 국회가 채택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재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습니다. 청문회는 여야 공감대 속에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으며, 병역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가입니다.
배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국가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죠. AI 전문가인 배 후보자는 2016년 LG그룹에 합류해 2020년부터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하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AI 3대 강국 실현’에 적합한 인사로 평가받습니다.
하정우 AI 수석·배경훈 과기정통부 신임 장관·류제명 제2차관의 등용으로 최근 AI 업계는 AI 분야 100조원 투자 등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AI 기업 다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21일까지 공모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네이버, LG AI연구원을 비롯해 솔트룩스, 업스테이지, 이스트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등이 참여를 검토 중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최정예 AI 기업 컨소시엄이 직접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가 3년간 GPU, 데이터, 인재 등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완성된 모델은 ‘K-AI’ 국가 인증을 받은 뒤 오픈소스로 공개되며, 이재명 정부의 ‘전 국민 무료 AI’ 정책 기반으로도 활용됩니다.
프로젝트 총괄은 한국형 LLM 개발을 이끌어온 하정우 수석, 배경훈 후보, 류제명 2차관이 맡습니다.
AI 업계는 정부 주도의 대형 LLM 개발 프로젝트에 두 민간 기술 리더가 전면에 배치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강조하는 ‘소버린 AI’와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이재명 정부는 AI 인사 중 첫 타자로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을 대통령실 직속 초대 AI 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습니다.
하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네이버 AI 기술을 총괄한 딥러닝 전문가 출신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은 인물입니다. 1977년생으로, 현재까지 이재명 정부 초대 참모 중 최연소 인사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AI 전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젊은 현장 전문가 하 수석의 발탁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 국민 AI’ 정책 기조에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덕분에 네이버 주가도 하 수석 발탁 직후 사흘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였습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신임 장관은 LG경제연구원 AI자문 연구위원, LG전자 AI추진단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을 지낸 AI 전문가입니다. 하 수석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탄생을 이끈 인물이라면, 배 후보자는 LG의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주역입니다. ‘엑사원 3.5’는 미국 스탠퍼드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포함된 국내 유일 AI 모델입니다. 국내 양대 AI 모델을 주도했던 전문가들이 새 정부 AI 정책의 중심에 선 셈입니다.
배 후보자 역시 하 수석과 마찬가지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 전략자산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업계 인사가 발탁된 것은, LG 출신이었던 유영민 전 장관 이후 약 6년 만입니다. 유 전 장관 이후에는 줄곧 교수 출신이 장관직을 맡아왔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과기정통부 2차관에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임명됐습니다.
류 차관은 정보통신기술(ICT)과 AI 분야를 두루 경험한 행정 전문가입니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통신이용제도과장, 소프트웨어정책과장을 역임했고,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등을 지냈습니다. 2021년부터는 인공지능기반정책관으로서 AI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하 수석, 배 후보자, 류 차관 세 인물은 수년간 AI 산업 진흥을 위해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업계 기대가 큽니다.
류 차관이 2021년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던 시절, 과기정통부 주관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배 후보자와 만났습니다. 당시 이들은 AI 인재 확보, AI 연구를 위한 대규모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논의했습니다.
2022년 류 차관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추진단장을 맡았을 때는 하 수석과 협업했습니다. 하 수석은 당시 ‘인공지능·데이터 분과장’으로서 정부 주도의 AI 컴퓨팅 파운데이션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류 차관 역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GPU 확보 등 정부 주도의 AI 인프라 확충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최근에는 AI 업계와 직접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처럼 새 정부가 정보통신(IT) 업계 현장에서 직접 일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자,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정책’이 집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기술 전문가를 정부 전면에 배치한 것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확산과 실효성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1, 2위인 미국과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딥시크도 마찬가지고, 그들의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입장을 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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