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업 생태계 세계 8위에 오른 서울, 그 의미는?

 
황정일 서울경제진흥원 상임이사
황정일 서울경제진흥원 상임이사

 
서울이 8위에 올랐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순위를 말한다. 어디가 창업하기 딱 좋은 곳인가? 세계 도시별로 등수를 매긴 결과다.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이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은 작년에 9위를 하더니 올해 2025년에 한 단계 상승, 8위를 했다.
평가와 순위 발표는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서 매년 6월에 한다. ‘지놈 리포트’의 영향력은 세계가 인정한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도시의 창업 활동성, 자금조달 능력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 시장진출 가능성, 창업 경험치와 인재 양성 능력 등이 주요 평가 요소다.
서울은 자금조달과 창업 투자금 회수 능력 그리고 기술력과 지식 축적 등에서 만점을 받고 8위를 찍었다. 도쿄와 파리, 싱가포르, 상하이를 제친 결과다. 장한 일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근데 그게 뭔데,  무슨 의미가 있는데. 한마디로 어렵다. 긴 설명이 필요하다. 서울이 ‘글로벌 창업 생태계 순위 8위’라는 사실은 아래의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에서 창업하기가 점점 좋아진다. 투자금 회수가 안정적이다. 외국 투자 자본이 서울에 몰려든다. 하이테크 기술력이 축적된다.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 부(富)가 창출되고 축적된다.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이런 구조가 선순환하여 결국 서울이 부자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약자와의 동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면 부지런한 서울 시민은 살림살이가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런던을 가보면 피부로 느껴질 거다.
박원순 시장 재직 시인 2020년에는 20위였다. 18, 19년에는 순위권 밖이었다. 광화문에서 벌을 키운다 하고 동네마다 온갖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시장의 관심이었으니 당연했다.
2021년 보궐선거로 시장직에 다시 오른 오세훈의 철학과 정책은 달랐다. 기업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도시가 살아야 국가가 산다. 철학이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상식이다. 오세훈은 상식에 충실했고 전념했다. 서울시가 2022년 10위를 하더니 우상향하고 있다. 2년 후 5위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는 말이 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에 대런 에쓰모글루(Deron Acemoglu) 교수가 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엮은이다. '권력과 진보'라는 저서도 유명하다. 국가 간 빈부격차와 사회제도의 관계를 예리한 통찰로 갈파한 공로가 인정된 결과다.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미중 무역갈등 등등. 그가 꼽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해결책도 제시한다. 하이테크 산업 육성과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다. 서울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가는 오세훈의 노력은 적어도 에쓰모글루의 기준에는 적합하고 적절하다. 2, 3년 후에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을 넘보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아쉬움과 우려가 없지 않다.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라는 성과의 ‘열매’를 나누는데 2% 부족하다. 부산도, 광주도, 대전도, 여타 지방 도시도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숙제다. 노하우를 서울이 일삼아 전파해야 한다. 피하면 쫓아가고 게으르면 설득해야 한다. 서울만 독주한다면 서울은 머지않아 폭발할 거다.
다른 하나는, 정치 논리가 딴지를 걸지 않을까 하는 거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경험이 우려를 낳았다. 정치의 소인병(小人病)은 서울 시민의 대인(大人)적 선택이 약이다.  
기업이 살고 도시가 살고 그래서 국가가 사는, 그런 상식이 꽃피는 사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