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로 이야기①] 권오형 퓨처플레이 투자 파트너 “오프라인 시장에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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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7-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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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여 년 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커피를 마시는 사진 한 장이 찍혔다. 편안한 복장으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거장이 만난 장소는 팔로알토 시내의 작은 카페였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그들의 가치관이 그대로 담긴 장면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캐피탈(VC)과 창업자의 만남이 카페에서 자주 이뤄진다. 커피를 마시면서 투자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서 창업자를 만나 기술 트렌드를 공유한다. 한국에서는 강남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역삼로사거리 스타벅스에서는 창업자와 투자자의 ‘만남의 장’이 펼쳐진다. 창업과 투자, 트렌드가 이야기되자 사람들은 자석같이 모였다. 대한민국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 퓨처플레이와 동행하는 ‘역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타트업와 함께 성장하는 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는 국내를 대표는 액셀러레이터 중 한 곳이다. 기술 기반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엑시트까지 돕는 ‘컴퍼니 빌더’ 역할을 자처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사람이 귀하다. 모든 사업이 비슷하지만,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이 섹터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완수해 낼 창업자를 찾아내고, 이를 뒷받침할 팀을 평가하는 일 또한 사람이 한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투자 파트너는 그 역할의 중심에 서 있는 투자 그룹(INVESTMENT GROUP)을 맡고 있다.

권 파트너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피투자사 대표들과 함께하는 미팅 시간이다. 액셀러레이터는 투자를 집행한 이후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사업 방향, 법률, 회계, 홍보 등 전 분야에 걸쳐 도움을 준다. 지속적인 소통은 필수다. 신규 투자처 발굴을 위한 내부 회의도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투자 검토가 이뤄진다. 미팅에서 시작해 미팅으로 끝나는 하루다.

그는 “투자 이후 무책임하기 싫기에 하루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 중 하나가 피투자사 대표들과 보내는 시간이다”며 “어디에 투자할지 검토하고, 신규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내부에서 회의하는 시간도 많다. 퓨처플레이는 투자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내부 회의 시간이 값지다”고 설명했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투자 파트너. 회계사 출신인 그는 투자 파트너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진=퓨처플레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권 파트너는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회계와 정보시스템을 전공했다. 미국공인회계사로, 딜로이트에서 회계감사, 사업개발 및 금융자문을 맡았다. 잘 나가는 회계사였지만, 커리어 고민도 많았다. 돈보다 의미 있으면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퓨처플레이 합류였다. 일평생 한 번 도전하기도 힘든 창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그는 “투자한 팀과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파트너는 “투자 파트너스로서 가장 좋은 점은 ‘(추구하는 가치의) 1번이 돈이 아닌 것’이다. 저는 극도의 캐피털리스트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그들에게 0.1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고,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배우는 느낌이 들 때 만족감이 크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인공지능, 모빌리티, 유틸리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은 21세기 핵심 화두다. 미래 기술을 사업화하고, 우수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퓨처플레이 투자 파트너는 어떤 산업을 주목하고 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그 대답은 ‘오프라인’이었다.

권 파트너는 “인터넷, 모바일이 바꾼 세상보다 훨씬 더 기술적으로 복잡한 세상이 오고 있다. AI, 블록체인이 융‧복합적으로 작용해 미래를 지배할 거다. 그 안에서 산업적으로 주목하는 영역은 오프라인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는 2020년에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고 틱톡을 하지만, 아직도 1980~90년대에 머무는 오프라인 영역이 굉장히 많다. 쿠팡, 컬리부터 시작해서 오프라인의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를 전공했지만, 기술에 관심이 많은 그는 틈틈이 팟캐스트를 듣고, 테크 크런치를 읽는다. 퇴근 이후, 주말에도 창업자와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스케줄을 잡는다. 전문성을 유지해야 하는 투자 파트너의 의무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에겐 산업과 기술 트렌드를 느끼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권 파트너는 “유니콘 몇 개를 투자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초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고, 언젠가 함께 일한 창업팀이 ‘권오형이라는 사람, 퓨처플레이라는 회사 덕분에 위기를 해결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기억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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