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코로나19 사태로 리스크에 대한 재인식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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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입력 2020-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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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혁신 가속화 예상, 과감한 법적 지원 필요

  • 파라메트릭 보험과 기업의 조업중단 보험 관심

  • 제로금리시대, 생존을 위한 지혜 모아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전환 가속화 및 영업 중단과 같은 비물적 손실 보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향후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새로운 사업 모형이 구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판매 채널의 경우에는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감염병 리스크 ··· 새 비즈니스모델 절실  
보험은 전통적으로 고객을 만나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 감염을 우려해서 국민들이 대면 접촉을 꺼림에 따라 보험 영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보험사 측면에서는 온라인 채널 등 비대면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판매 또는 민원서비스의 역할을 하는 콜센터의 경우도 근무환경의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따른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중요시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 관련 강제폐쇄 명령・공급망 중단・구매 중단에 따른 기업의 조업 중단손해가 커짐에 따라, 고정비 지출 및 수익 상실을 보험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업 중단에 따른 고정비 지출 및 상실수익을 보장하는 보험으로는 '기업휴지보험'이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화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물적 손해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재물보험에만 가입한 상태다.

보험상품과 관련해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물적 손해로 인한 영업중단손실 보상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기존 보험상품은 주로 보험목적물의 물적 피해가 동반된 손실에 대한 보상이 주를 이뤘으며, 비물적인 경우에는 손실 규모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보장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했다.

현재 이런 비물적 손해로 인한 영업중단손실을 보상하는 대안의 하나로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이 논의되고 있으며, 향후 이와 관련된 보험상품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실제로 발생한 손실금을 보상하는 것이 아닌 일정 조건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뜻한다.

이를 감염병에 적용하면 감염병 위기 경보단계별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확산하면 기업과 자영업자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손해를 보상받을 보험은 전무한 상황이다.

안 원장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가 앞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될 때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우리 주변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보험산업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험연구원이 앞장서서 보험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리스크 ··· 장기 채권 매입해 부채듀레이션 축소해야
보험업계가 처한 뉴노멀(저성장·저금리와 인구 고령화) 시대의 보험사 생존 전략으로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모럴해저드를 어느 정도 범위에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보험사와 정책당국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안 원장은 한국의 보험시장이 악순환(모럴성 유발상품→매출액 성장→민원/불판 증가→신뢰하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는 보험상품 개발을 억제함은 물론 균형있는 소비자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험경영도 당연히 장기적 시각으로 기업가치를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저성장, 저금리는 보험산업의 재무 건전성과 자산운용 수익률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보험산업의 매출 성장을 악화시킨다"며 "더이상 외연 확대가 아닌 장기적 시각으로 기업 가치를 향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보험산업이 매우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했지만, 장기적 시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성숙한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는 물론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두 제도는 보험부채를 평가 시점의 국고채 수익률과 같은 무위험금리를 기초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캐나다 등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으며 한국은행도 0.5%포인트 인하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0.75%가 됐다. 이에 따라 저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제로 금리시대가 너무 빨리 온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부채도 증가하지만 채권가격 상승으로 자산도 증가한다. 따라서 자산부채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최소화하는 ALM(자산 부채의 종합관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생명보험사는 과거 고금리로 판매한 계약 중 상당액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고, 대부분의 회사가 자산보다 부채의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하락 시 자산 증가액보다 부채 증가액이 더 커서 자본이 부족해지는 것이 문제점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만기가 긴 채권을 매입하여 자산듀레이션을 확대하거나 부채를 구조 조정하여 부채듀레이션을 축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자산듀레이션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채권의 장기물 발행 확대와 더불어 장기 해외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외투자 한도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는 보험업법상 해외투자 한도가 총자산의 30%인 데 반해 일본은 2012년에 외환에 대한 한도 규제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부채듀레이션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공동 재보험, 계약 재매입, 계약이전과 같은 부채 구조조정이 있다. 공동 재보험은 최근 감독규정이 예고(2020년 2월 6일)돼 시행될 예정이다.

그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듀레이션 축소를 위한 정책이 좀 더 빨리 도입이 되었다면 강화하는 재무 건전성 제도 대응이 한층 더 원활해졌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정책 대응 속도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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