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칼럼] 시민미디어 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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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입력 2018-09-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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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이 고즈넉한 길에 난데없이 라디오방송 스튜디오가 꾸려졌다. 지난 11일 오후 5시, 라디오방송이 재미있어 시작했다가 이제는 지역의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마을방송을 하고 있다는 성북FM의 김준용·김수현씨를 만났다. 이들은 전문 DJ 빰치는 솜씨로 ‘괜찮으신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근 서울시의회의 최정순 시의원을 초대해 자기 마을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지난해에 이어 ‘2018 돌담길라디오’가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9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돌담길라디오는 ‘서울시민이 진행하고 함께 즐기는 참여형 라디오 생방송 축제’를 표방한다. 슬로건에 걸맞게 서울지역에서 마을라디오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미디어교육을 받은 서울시민이 주인공이다.

마을존에 참여한 서울지역의 16개 마을라디오팀(23시간 편성)은 저마다 자기 지역의 핫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간중간 시와 소설, 영화, 음악 등을 곁들여 개성을 뽐냈다. 10일 돌담길에 나온 금천라디오의 허은숙 DJ와 김진숙 PD는 다른 마을팀이 어떤 이야기로 나름의 색채를 드러내는지 궁금했다며, 마을라디오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기를 기대했다.

'나도DJ존'이나 '공연존'도 뜯어보면 사실 마을방송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마을라디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 시민이나 막 라디오DJ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나도DJ존을 꾸미고 있고, 공연존 역시 자기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아티스트들이 활약하는 무대다. 저녁 8시 매일 한 시간씩 편성된 '셀렙존'에는 가수나 시인·크리에이터·정치인 같은 유명인사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마을미디어의 가치를 응원하고 이벤트를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가 마련한 돌담길라디오는 야외 이벤트만은 아니다. 어엿한 라디오방송국이다. 함께 하고 있는 공동체 라디오인 마포FM과 관악FM으로 실시간 송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라이브와 팟빵으로도 생중계되고 있다. 이미 8일 강북FM과 마을라디오뻔을 시작으로 성동FM ‘소풍’과 도봉팀 하하, 협동조합 청청(9일), 금천라디오(10일), 리버노스와 보키니(11일), 안티카와 강서FM(12일), 노원FM과 방화마을방송국(13일)이 돌담길발 전파를 탔다. 이제 동작FM(14일)과 성산2동라디오, 연남동라디오(15일)가 온에어 대기 중이다.

16일 밤 9시 돌담길라디오의 온에어 등은 꺼진다. 돌담길에 나왔던 마을라디오팀은 다시 그들의 마을방송 거점으로 돌아가 온에어 등을 켤 것이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마을라디오나 공동체라디오 같은 시민미디어는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유지·강화시키는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시민미디어는 1970년대 영국의 대안적 커뮤니티신문과 1960∼70년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커뮤니티라디오, 커뮤니티TV에서 개념화되었다. 공동체 구성원의 접근과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과 소수자, 인종 같은 다양한 공동체를 아우르며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발현되어 왔다. 시민미디어는 커뮤니티에 대한 봉사와 주류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며, 시민사회의 한 요소이자 주요 축이라는 정체성을 가진다. 시장과 국가 영역을 연결하는 뿌리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언론 독과점의 심화로 소수 거대 미디어가 정보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국민 다수가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시민참여 미디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키워야 한다. 국가권력과 자본권력, 일반시민이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세력이나 권력지형에 따라 크게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민이 말할 수 있는 매개체, 즉 시민미디어가 충분하고도 활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에서 전통 저널리즘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출발한 시민 저널리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을 저널리즘의 핵심 주체로 인식하는 시민저널리즘은 성찰적 시민(reflexive citizen)을 기르고, 시민의 잠재된 능력을 북돋고, 뉴스 같은 미디어 생산물과 시민의 삶을 연결하며, 주요 이슈에 시민을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원래 시민에게 있었던 권력을 다시 시민에게 되돌려 주려는 것이다.

결국 시민미디어의 발전은 참여 민주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시민미디어는 결핍과 소외에 맞선 사람들에게 말할 권리를 돌려주고,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그룹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돌담길라디오가 시민미디어의 성장을 이끄는 촉매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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