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강남 집값 언제까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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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입력 2018-07-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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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이달 들어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의 폭염인데도 급매물이 팔려나가고 서울 아파트 여러 곳에서 전 고점을 뛰어넘는 신고가가 만들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의 극심한 불황과 최악의 실업률에 수출까지 부진해지는 등 경기 상황이 아주 나쁜 상태여서 이런 신고가 행진이 잘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부에서도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높이고 대출을 규제하고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잘 잡히지 않는다. 마치 참여정부 시절의 데자뷔 같다.

실물 경기도 나쁘고 부동산 규제도 더욱 많아졌는데, 왜 강남 집값은 다시 뛰는 걸까?

간단히 얘기하자면 살 사람도 별로 없지만 매물이 더 없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은 지난 수년간 거래량도 늘고 가격도 올랐지만 최근에는 극도의 거래 부진에 빠져 있다. 투자 목적의 매수세는 사라지고 실수요자만 움직인다. 문제는 실수요에 비해서도 매물량이 적기 때문에 급매물이 팔리고 다시 들썩이는 것이다.

강남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경제적 계층을 상징하는 지역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영동 개발에서 시작된 강남의 도시 인프라는 지난 수십년간 성숙할 대로 성숙해져서 단점을 찾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다.

강남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나 계급에 속하게 되었다고 믿는 심리)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상류층을 선망하는 수요층이 계속해서 강남 진입을 시도하는 한 강남 집값은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또 이런 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의 증가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강남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 전세금을 돌려주고 세금을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한다.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팔아버리고 싶은데 팔 수가 없어서 말하자면 퇴로가 막힌 상황이다.

양도세 때문에 강남 아파트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강남 아파트값은 끝없이 뛸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강남은 성숙된 지역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고소득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소득의 일자리는 차츰 강남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가 강남 아파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2003년 이후 종합부동산세가 강하게 시행되면서 단기간에 급등했던 강남 아파트값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3.3㎡당 1억원까지 오를 기세였던 강남 아파트값이 평당 5000만원에서 멈춰 선 것이다.

지금 3.3㎡당 1억원을 내다보는 강남 아파트값은 끝없이 오를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한 번 강력한 보유세에 막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득이 없어 종부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시장은 다시 한 번 균형점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이 다시 활기를 보이기 시작하는 2~3년 후 정도가 이번 장의 꼭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팔기도 힘들고 사기도 힘든 강남 아파트 입성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만든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해 주택시장에서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끊어지고 서민 아파트값까지 올려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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