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보유세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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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입력 2018-06-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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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보유세 개편안이 나왔다. 아직 정부안은 아니지만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부동산세 인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표했다. 주택 공시가격을 높이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거나,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주택 보유세를 인상하면 당연히 보유 부담이 늘어나므로 집값은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과거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를 신설하고 획기적으로 인상했던 2005~2007년 당시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혹자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오르던 시기이므로 보유세 인상과 상관없이 집값이 뛴 것이고, 보유세 인상이 집값 상승폭을 제한한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 집값은 2006년부터 꺾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기 전까지 집값이 뛰었으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부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인상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1주택 보유자는 설령 보유세가 크게 인상된다 하더라도 집을 팔고 이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장기 보유한 1주택자는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종부세의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은 이미 상당폭 집값이 뛰었지만 향후 더 상승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어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다주택자의 이해관계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1주택자에 비해 종부세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는 투자를 중단할 뿐만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택 가운데 앞으로 가격 상승 기대가 낮은 주택을 처분하고, 소위 '똘똘한 한 채'만 남기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강남권으로 대표되는 고가주택으로 오히려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유세 부담을 줘서 집값을 떨어뜨리려는 지역의 집값이 더 상승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종부세를 만들었던 참여정부 시절 강남권과 강북권 및 외곽 지역은 시차를 두고 다른 반응을 보였다. 종부세 시행 초기에는 강남권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종부세가 점점 강화되면서 강남권의 상승세는 2006년부터 꺾이고 강북권과 외곽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됐다. 강남권 집값과 7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던 외곽 지역의 집값은 2007년 이후 4배 정도로 다시 줄어들게 된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던 것일까? 종부세 강화로 투자 수요가 주택 시장을 이탈하면서 외곽 지역의 공급이 끊기게 되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이 전세가격 상승과 더불어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금과 대출 규제를 통해 다주택자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분양가도 누르고 있으므로 신규 공급 유인이 사라지고 있다. 인기 지역은 분양이 되지만 비인기 지역은 청약자가 전무할 정도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몇 년 후에는 다시 외곽 지역의 저가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더 세게 누르면 더 세게 튈 수 있다. 안정세를 찾고 있는 강남권도 전셋값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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