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0.8%가 이끄는 인터넷 댓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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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입력 2018-04-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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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인터넷 댓글과 관련해 연일 미디어가 뜨겁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포털의 댓글을 여론 조작의 장으로 묘사했으며, ‘댓글망국론’을 제기하면서 우리의 인터넷 댓글 문화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는 정치문화와 관련된 내용인 만큼 이를 인터넷 문화와 연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실 악성 댓글에 대한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악성 댓글로 인한 연예인의 자살사건, 사이버언어폭력 등에 대한 문제를 계기삼아 사이버 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적용, 포털의 게시글 삭제 의무화 등과 같은 규제가 생겨났다. 당시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은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테러의 장(場)으로 묘사되며 인터넷 실명제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익명성과 악성 댓글 간의 인과성은 과학적으로 여전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는 1997년 이후 초고속 국가 망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듬해 두루넷이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에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기존의 기사나 정보와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수용하는 플랫폼이 신문과 같은 언론사에서 포털사이트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우리들만의 인터넷 댓글 문화가 창출됐다. 

우선 포털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기사를 한곳에 모아 볼 수 있게 되면서 댓글은 전에 없던 공론의 장으로 발전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역시 접근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친숙한 포털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 참여 및 의견 게재가 보다 쉬워졌다는 것은 인터넷 댓글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이다. 물론 포털사이트가 뉴스 콘텐츠에 대한 배치 및 유통권한을 가졌음에도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댓글과 관련한 모든 부작용을 포털사이트만의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언론사들은 인터넷 댓글 조작의 원인을 포털사이트의 ‘인링크(inlink)’ 방식으로 규정하는 듯하다. 인링크 방식은 모든 뉴스 콘텐츠를 포털 내부에서 보여주고 댓글도 포털의 기사 밑에 달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권과 한 목소리로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뉴스 콘텐츠를 유통해 여론이 왜곡되고 사회적 낭비가 극도로 심화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으로의 전환이 최선의 방안일지는 의문이다. 실제 아웃링크에 대한 논란이 처음 불거진 때는 2006년이다. 오프라인상의 구독자 수만큼이나 온라인 뉴스의 트래픽(접속량) 또한 각 언론사의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기사 광고의 효과를 빼앗긴 언론사들은 네이버를 압박해 아웃링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웃링크 시행 초기 포털로부터 유입된 효과로 언론사들의 트래픽은 증가했지만, 경쟁의 심화로 언론사 간 기사 무단도용 및 트래픽 증가를 위한 조작행위인 어뷰징(abusing) 문제를 양산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왜 발생했을까? 본래 언론사는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주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이 온라인 서비스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뉴스의 표현방식과 저널리즘에 변화가 생겼다. 심도 깊은 취재·탐사로 사실에 접근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 사건이 터지면 관련 기사가 빠르게 생산된다. 속도가 우선으로 변화된 뉴스 표현방식 속에 이전과 같은 기자의 차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언론사 역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사건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주력하고, 트래픽 증가를 위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경쟁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원인 확인을 위한 추가적인 취재에는 소홀하게 됐다. 

본래 저널리즘(journalism)은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는 활동으로 사건의 사실뿐만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전달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인터넷 문화를 보다 빠른 콘텐츠 수용방식으로 변화시켰고,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콘텐츠 소비 수준은 높아졌다. 다시 말해 과거와 같이 언론의 일방적 전달과 수동적 소비행태의 소통 방식은 더 이상 이목을 끌지 못한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로봇의 발달은 기자들의 고유한 영역인 기사 작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명 기사봇이라 불리는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은 자동 기사 작성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를 기사형 문장으로 표현하고 실제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당한다. 비록 아직은 짧은 길이의 정보 제공에 주력한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지금과 같이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경쟁적으로 빠르게 사실(fact)만 전달하는 기사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언론 역시 로봇이 대체할 지 모르는 일이다.

포털사이트 역시 현재의 댓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 언론사에서는 댓글 통계시스템의 조사자료를 기반으로 포털 사이트 전체 이용자의 0.8%가 댓글을 달고, 이런 가정에 따라 1000명만 모으면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정 목적을 가진 주체에 의한 의도적인 댓글에 대한 개입은 포털사이트 뉴스에 달린 댓글이 일반 콘텐츠 소비자의 의견이라는 암묵적인 믿음과 그간 포털이 쌓아온 공론의 장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댓글 문제를 누구의 탓이라 지적하기 이전에 포털, 언론사는 물론 정치권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댓글은 기본적인 속성 자체가 서로 충돌해 토론과 공론의 장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온라인 상의 정치표현을 적대시하기보다는 특정 명분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 역시 우리의 성숙된 인터넷 댓글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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