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의 ‘라면 속풀이’]⑥ 팔도비빔면, 여름 사로잡은 새콤달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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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7-10-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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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상스프로 고정관념깨 인기…30여년간 10억개이상 판매

[그래픽=박성준 기자]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이 라면의 상징이지만 이와 반대로 더운 여름 시장을 공략한 라면이 있다. 바로 새콤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팔도비빔면’이다.

팔도비빔면은 라면업계 후발주자로 꼽히는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에서 출시됐다. 1981년부터 라면 개발에 나선 팔도는 기존 라면과는 차별화된 고급 라면을 출시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틈새시장 공략을 원칙으로 삼았다.

때문에 팔도는 국내 최초 액상스프 개발에 몰두해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당시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공학과 미생물공학에 관한 축적된 기술이 있어서 가능했다.

액상스프를 첨가한 다양한 라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제품이 바로 팔도비빔면이다. 1984년 6월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당시 계절면 제품으로 출시해 여름철에만 한정적으로 판매됐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사계절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팔도비빔면은 당시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던 라면의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여름철 집에서 삶아 먹던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차갑게 먹는 라면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계절면의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팔도는 비빔면 개발 당시 전국에 유명한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해 매콤·새콤·달콤한 맛의 황금비율 소스를 구현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전국 맛집을 다니며 소스 샘플을 소량씩 채취해 연구해 분석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여름철에 맞춰 파란색(시원한 느낌) 색상의 패키지를 출시 이후부터 계속 유지해 오며 비빔면 색으로 각인시켰다.

팔도비빔면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는 라면을 찬물에 헹군 뒤 소스에 비벼 먹는다는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뜨거운 상태에서 비비거나, 일반 라면처럼 끓여 먹는 소비자도 많았다. 팔도는 이 때문에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손으로 비벼도 되잖아”라는 광고음악(CM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팔도비빔면은 출시 이후 30여년간 10억개 이상(4000억원)이 판매됐다. 지난해 팔도는 누적 판매 10억개를 돌파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은 기존 제품보다 20% 늘린 ‘팔도비빔면 1.2’ 한정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1개를 먹으면 양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유독 오랫동안 들어온 라면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팔도비빔면과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라면 중량은 거의 같은 편”이라면서 “단지 라면 조리 시에는 계란을 비롯한 많은 건더기를 넣고 섭취 과정에서 국물까지 마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빔면이 빈약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팔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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