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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호칼럼] 기획재정부 『2017세법개정안』과 『댓글 이벤트』

박장호 초빙논설위원 · 서울대 교수(산학)입력 : 2017-10-12 20:00수정 : 2017-10-12 20:00
[박장호칼럼]

 

[사진=박장호 초빙논설위원 · 서울대 교수(산학)]
 


기획재정부 『2017세법개정안』과 『댓글 이벤트』

중국 주(周)나라 말기부터 한(漢)나라까지의 예에 관한 학설을 모은 유교경전 중의 하나로 대성(戴聖)이 지은 <예기(禮記)>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 세금과 관련해 유명한 어록이 된 “가정맹어호야(苛政猛於虎也)”가 유래한 일화가 실려 있다. 가정이란 가혹한 정치, 민초의 고혈을 짜는 듯한 세금을 뜻하는 것이고, 그것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세상을 떠돌며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파하던 공자가 노나라의 혼란 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허술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연을 물은 즉 시아버지, 남편, 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가 '그렇다면 이 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괜찮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공자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로다' 라고 하였다."
증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 고사를 인용하여 세금은 호랑이와 같은 것이니 세금을 함부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내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싫고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니 작은 정부가 좋다는 철학의 밑바탕이다.
서구에서 산업혁명 이후 초기자본주의가 발달하던 시대에는 정부 역할이 치안 정도만 유지하면 되던 시절이었다. 도둑 잘 잡고 국가 방위만 어느 정도 하면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적으로 잘 돌아가고 세상은 조화를 저절로 이루게 된다고 믿었다. 세금도 지금처럼 세지 않았고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나의 노력과 창의를 신(神)이 인정해주는 것이니 나의 부(富)는 신의 은총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농업국가로 전제왕권이 통치하던 사회였기에 세금으로 관(官)에서 얼마를 떼어가든, 그것은 왕과 관료가 정할 것이지 민초가 감히 세율이 높다 낮다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었다. 토색질을 견디다 못해 반란을 일으켰다 잘못되면 3족이나 9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으니 참는 것이 최선이던 시절이었다.
1917년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서구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노정하여 뒤집어질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이 실현된 것이다. 1929년에는 시장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경제가 휘청거렸다. 대공황으로 미국인 4명 중 1명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으로 몰렸다.
이때부터 서구사회와 미국정부는 자유방임주의적 국가관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관여하여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시작한다. 양극화가 된 사회를 방치하거나 대공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체제를 도입한 것에서 진일보하여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서기 시작한다. 이런 복지국가의 등장은 필수적으로 증세를 동반했고, 사회의 각 부분에 정부예산이 점점 더 투입되게 되고, 이는 선거민주주의와 결합되어 더 많은 복지에 대한 욕구 분출로 이어졌다.
민생의 입장에서는 피와 같다 하여 혈세(血稅)라 불리지만 서로 상생하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세금을 안 걷을 수 없고, 걷는 양이 점점 늘어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다른 나라를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 아래 소득의 7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나라도 있고, 아예 조세피난처로 이름을 날리면서 세금을 극소로 걷는 나라도 있다. 결국 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화와 경제상황에 맞는, 그리고 100년 후를 내다보고 국가청사진을 그린 조세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2일, 2017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본방향은 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 우리사회의 약자를 보호하고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세법은 국세기본법이라는 법체계 위에 각 세목별로 법이 있고, 시행령·시행규칙 밑의 예규·고시·통첩 등에도 규정이 있다. 어떤 경우는 예외조항에 또 예외가 붙어 있어 보통의 민초는 아무리 세법개정안을 들여다봐도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기재부 홈페이지를 들여다 봤더니 '2017세법개정안 댓글 이벤트'라는 화면이 확 튀어나온다. '댓글 달고 푸짐한 경품 받아가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영상을 보고 가장 눈에 띄는 베스트 개정내용을 선택하고 최고로 생각하는 이유를 댓글로 남기면 당첨자 중 1명에게는 브레오 안마기를 주고, 2명에게는 정관장 패키지를 주고, 80명에게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준다고 한다. 마지막이 멋있다. '좋아요'를 공유하고 친구소환을 하면 당첨확률이 업(UP)된다고 한다. 필자가 잠시 봐도 상당수의 댓글이 달렸으니 경품이라는 것의 위력이 만만찮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댓글 이벤트는 '좋아요'를 누르게 유도되어 있다. 세법개정안에 최고로 생각하는 이유를 잘 남기는 사람을 뽑아 경품을 주게 되어 있지, 세법개정안에 비판적이거나 건설적인 제언을 하는 경우는 당첨이 안 될뿐더러 그런 댓글을 달 수 있게 설계가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법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중요하다. 조세저항 없이 공정하게 효율적으로 걷어 꼭 필요한 사회 각 부문에 재원을 흘려보내려면 다른 어떤 정책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세법도 알기 쉽게 만들어 세율과 세목, 징수절차도 납세자가 쉽게 반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각 경제주체와 사회부문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에는 비록 쓴소리가 나올지라도 이때만큼은 과세관청의 우월적 지위를 버리고 낮은 자세로 최고의 열과 성을 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안의 ‘좋아요’ 댓글 이벤트는 너무나도 광고회사 이미지가 묻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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