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수교25주년, 한중관계 냉각기가 필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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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입력 2017-08-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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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수교25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장수 주중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베이징특파원단]



최근 한중관계에서 양국 보도자료를 보면, 한중수교 25주년에 대한 단편적인 행사들은 있지만, 양국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가 없다는 사실이 한중관계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드딜레마가 사실 이렇게 길게 갈 것이라고는 양국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장기간의 양국 갈등의 끝이 올해는커녕 내년도 적어도 중국의 양회가 끝나는 3월말도 어렵다고 예측합니다. 그 근거는 필자가 북경 현지에서 중국의 TV와 언론 인터뷰 및 각종 포럼과 좌담회 등에서 일종의 현장 감각으로 느끼는 바를 근거로 합니다. 최근 아주경제와 협력으로 저는 한중 전문가 2대2 지면 인터뷰에 참여했고, 패널들을 소집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내용은 이미 지면으로 발표되었지만, 오늘은 지면상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펼치려고 합니다.

■한중관계의 위기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은?

필자가 느끼기에, 한중관계는 겉과 속이 다른 두 가지 형태로 근근이 유지해 온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양자관계였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모순이 ‘사드배치’라는 요소로 이른바 곪았던 상처가 터진 형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중관계는 25년간 수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맺었으나, 실제로는 ‘전략적’이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현실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즉, ‘전략적’이 되려는 노력을 어떤 면에서는 서로 회피했던 일종의 ‘갈등 고의 기피’의 결과가 지금의 형국이 된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위해 물론 지난 정부에서는 ‘성숙된’이라는 표현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려는 목표를 양국 정상이 합의했지만, 실제로 실천적이지 못했던 결과가 사드딜레마로 남았다고 생각됩니다.

사드딜레마의 원인과 한중 갈등 요소를 지금 다시 여기에서 반복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3가지 부족 현상이 과거와 현재 및 미래의 한중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호 소통부족, 상호 이해부족, 상호 신뢰부족 이 3가지 부족은 순환적으로 계속해서 발생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기초로 이번 사드배치 문제는 결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문제를 푸는 방법도 3가지 부족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중수교 25주년 행사를 양국 정부가 사드딜레마로 서로 주저하거나, 따로 따로 기념식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양국의 3가지 부족이 더욱 크게 느껴지며, 이에 대한 노력은 쌍방향으로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경에서 이와 관련하여 한중 양국 민간부문에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행사를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합니다. 민간부문, 특히 양국 싱크탱크간, 그리고 언론간의 공공외교 교류로 양국의 경색된 관계를 민간에서부터 완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중관계의 위기 원인은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했던 한중 양국간의 ‘3가지 부족’ 현상과 ‘갈등 고의 기피’ 현상이 결국 현실적인 문제에서 상호간 예상되는 첨예한 대립을 회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즉 한중간에는 특히 안보분야에 있어서 상호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경험을 거의 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간에 안보 갈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예방 기제 조차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이번 사드딜레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판단됩니다.

즉 만약에 경제문제나 사회문제처럼 상호간에 감정까지 동원한 충돌이 발생한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방법을 상호 교환하고 학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보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양국이 너무 민감하여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 보다는 충돌 회피에만 집중한 것이 결국 사드딜레마라는 단 한번의 안보적 갈등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중 사드갈등 위기를 풀어내기 위한 양국의 노력은?

지난 25년의 한중 수교 기간 동안 이루었던 경제·사회·문화의 교류는 세계 외교사에서도 드물게 칭송받는 성공적인 양자관계의 발전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소 양대 강국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은 1983년부터 수교를 이룬 1992년까지 비공개 비밀 대화를 통해서 역사적인 ‘한중수교’를 이루어 낸 경험이 있습니다. 9년여 동안의 비밀 담판을 통해 서서히 달구어진 양국의 수교는 전통 우방이었던 북한과 대만과 각각 치명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은 이 어려운 과정을 극복했습니다.

한중 양국이 사드딜레마로 인해 수교이래 가장 경색된 지금, 양국이 해야 할 노력은 과거의 경험을 다시 되새김질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중 양국이 수교 이전에 비밀담판을 했던,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국제정세를 회고하고, 지금의 국제정세와의 비교를 통해 미래를 위한 공동의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자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난 9년간의 비밀담판을 통해 이룬 한중수교가 ‘제1차 한중 빅딜’이었다고 저는 명명합니다. 냉전체제하에서의 9년간의 비밀담판 경험은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도 아주 중요한 역사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중은 다시 ‘대화’와 ‘공동발전’이라는 목표를 기초로 사드문제 하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오히려 ‘제2차 한중 빅딜’이라는 목표로 향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대화’를 통해 비단 사드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 및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까지도 범위를 두고, 한중 양자관계가 향후 어떻게 협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유리한지를 지금부터 과거처럼 비공개 담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공동의 목표를 위한 인내와 대화 시도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입니다. 지금이 바로 ‘제2차 한중빅딜’을 준비하고 시도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사드 출구전략은 없는가?

사드를 배치하거나 철수하는 것이 한중 사드딜레마의 본질이 아니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사드 시스템의 운용문제’와 ‘배치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 이 두 가지가 중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이고,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을 ‘유효한 중미 갈등조정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목적’이 세 번째의 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우선, 사드시스템의 운용문제에 대한 군사기술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 대화는 한미중 3자회담과 한중대화 및 미중대화라는 두 가지 양자형태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사드 시스템 운용문제’, ‘배치과정의 소통부재 문제’ 및 ‘미국의 대 중국 전략적 의도’라는 세 가지 원인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주국방 계획을 보다 서둘러야 합니다. 군사위성 배치는 물론이고, 레이더 시스템을 포함하는 자체 미사일 방어 시스템 즉 KAMD의 완성을 서둘러야 합니다. 즉 자체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한 군사기술 개발이 급선무이고 이의 완성으로 사드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사드시스템이 아니라, 이의 근본 원인이 된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딜레마에 대한 다자 안보대화가 필요합니다. 사드 딜레마는 그 중에서의 하나의 안건이 되어야 합니다. 즉, 한미중이든 미중이든, 혹은 한중이든 이제는 대화를 통한 ‘정치적인 빅딜’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위의 세 가지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대화’와 ‘군사기술 개발’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빅딜’을 준비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글은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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