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홍콩 민주주의 ‘검은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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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7-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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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샤오보 사망·민주파 의원직 박탈

  • 中정부 통제 강화 속 민주세력 분열

[박세준 홍콩통신원]

홍콩=박세준 통신원

지난 14일, 홍콩 민주파들에게 비극적인 소식 두 가지가 전해졌다.

하나는 간암으로 위독하던 민주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중국 선양(瀋陽)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는 뉴스였고, 다른 하나는 홍콩의 민주파 입법회 의원 4명이 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류샤오보와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홍콩인들에게도 중국 민주화 노력의 상징으로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진압 후 본토의 많은 민주운동가들이 홍콩으로 이주했고, 매년 6월 4일 홍콩에서는 민주화 및 톈안먼 사태 재평가를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홍콩의 범민주진영은 홍콩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독립파들과 기존 민주세력들이 투쟁의 강도와 방향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분열돼 있는 상태였다.

올해 6월 4일 추모집회에는 홍콩의 각 대학 학생회가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참가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을 들은 홍콩 시민들은 하나같이 그의 업적을 기리며 각지에서 집회와 행진 등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14일에는 센트럴에 위치한 중국 중앙인민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 앞에서는 류샤오보를 추모하고 부인 류샤(劉霞)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직접선거로 선출된 홍콩의 입법회(한국의 국회에 해당) 의원 4명이 ‘의원 선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자격 박탈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산혁명’ 시위의 주역 중 하나인 독립파 네이선 로(羅冠聰), 교수 출신으로 시위참가자들에게 ‘민주교실’을 열어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라우시우와이(劉小麗, 여), 민주파 중 급진파의 거물로 손꼽히는 ‘장발(長毛)’ 렝궉훙(梁國雄), 직능대표로서는 유일한 민주파 의원이었던 에드워드 이우(姚松炎)였다.

작년 11월에도 독립파 당선자 바지오 렁(梁頌恒)과 야우와이칭(游蕙禎·여)이 선서 도중 중국을 비하하는 단어인 ‘지나(支那)’라고 읽었다는 이유로 의원 자격을 취소당한 바 있다.

홍콩 입법회는 간선제 직능대표(30석)와 지역별 직선제(35석), 구의회 의원 직선(5석)으로 구성된다.

직능대표는 보통 친중세력인 건제파(建制派)로 채워지고, 민주파와 독립파는 직접선거와 구의회 의원 직선으로만 의석 획득이 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민주파와 독립파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 참여로 각각 23석, 6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번 판결로 의석이 23석으로 줄어들어 정부 및 건제파들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4인은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이라는 계획을 알렸지만, 1인당 300만 홍콩달러(약 4억3200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이들이 항소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할 경우, 보궐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홍콩의 조례는 파산한 사람이 입법회 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에서 보듯 체제 안정을 위한 중국 정부의 통제는 강력하고 치밀하다.

반면 홍콩 민주파들의 역량은 우산혁명 시위 이후 오히려 응집력을 잃고 지나치게 분산돼 버렸다.

류샤오보 사망과 민주파의 의석 상실, 홍콩 민주주의가 직면한 이 두 가지 위기가 분열됐던 민주 세력들을 다시금 결집시킬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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