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㊶] 옥시레킷벤키저, 103명 목숨 뺏고 나몰라라…배상안도 '생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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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7-07-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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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물질 사용

  • 폐손상 피해에 대한 책임 회피

  • 5년 만에 뒤늦은 사과문 발표

  • "엉터리 축소 배상" 비난 이어져

환경운동연합이 2016년 5월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옥시제품 퇴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조현미 기자 =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영국 생활용품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부르는 말이다.

이 제품은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주범이다. 실제 정부가 실시한 1·2차 피해자 조사에서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46명 가운데 103명이 이 제품을 사용했다. 이 제품에는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들어 있었다.

◆100여명 목숨 앗아간 옥시 가습기살균제

옥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가 2001년 3월 동양화학그룹(현 OCI)의 계열사인 옥시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같은 해 옥시싹싹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초. 서울아산병원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증폐렴을 호소하는 임산부들이 몰려들었다. 두어 달 사이 임산부 폐렴 환자수가 급격히 늘자 병원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당시 7명의 임산부 환자 중 1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신종 감염병·농약중독 등 여러 설이 나돌던 당시 보건당국은 뜻밖의 결과를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그해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 역학조사 결과 폐손상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의 교차비가 47.3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폐손상 발생 위험이 47.3배 높다는 의미다.

당시 임산부가 있는 가정의 필수품인 가습기를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세균의 온상이 된다는 우려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도 많이 팔렸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옥시싹싹이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용은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됐다. 정부의 1‧2차 피해자 조사에서만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14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103명은 옥시 제품 사용자였다. 공업용 살균제인 PHMG를 사용하고도 뻔뻔하게 제품 앞면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은 탓에 소비자 누구도 이 제품의 위험성을 알 수 없었다.
 

2016년 5월 2일 옥시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당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끝없는 발뺌··· 5년 만의 뒤늦은 사과

옥시의 대응은 피해자를 한번 더 울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옥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식회사였던 법인을 2011년 12월 주주와 사원의 책임이 제한되는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2014년 1월엔 사명에서 '옥시'를 빼고 본사 영문 이니셜만으로 된 'RB코리아'로 바꾸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서울대와 호서대에서 실시된 인과관계 연구 결과를 왜곡해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 검찰에 제출하고, 폐 손상이 봄철 황사와 꽃가루 때문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책임을 차일피일 미루던 옥시가 사과문을 낸 것은 지난해 4월 21일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논란이 된 지 5년이다. 같은 해 1월 말 검찰 조사가 시작된 점을 고려할 때 처벌을 가볍게 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배상안 역시 맹비난을 맞았다. 옥시는 지난해 7월 피해자에게 평생 치료비 등과 위자료로 최대 3억5000만원를 지급하고, 영유아 사망자에겐 배상금 10억원을 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2등급 피해자에게만 배상하고 3·4등급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 없고, 배상액이 유럽 수준보다 낮아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1~4단계로 나눈다. 1단계 피해자는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할 때, 2단계는 '가능성 높음', 3단계는 '가능성 낮음', 4단계는 '가능성 거의 없음'으로 판단될 때 내려진다.

정부가 마련한 공식 피해 접수처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11년 11월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이뤄진 4차례 조사에서 5657명이 피해 신고를 했고 982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1·2단계 피해자는 28.5%에 해당하는 280명에 불과하다. 옥시가 지난 10일 정부 3차 조사 피해자에게도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대상자는 57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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