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한국 위협하는 中 바이오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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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7-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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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중국의 바이오산업 성장 속도가 무섭다. 한국을 따라잡는 날도 머지않았다."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샌디에이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 USA)'은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 정부와 바이오기업이 차린 홍보부스는 현장을 찾은 우리나라 기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베이징대 산하 기업인 시노바이오웨이는 단독 홍보부스를 차렸다. 바이오의약품을 비롯해 에너지·농업사업 등을 하는 이 회사의 홍보부스는 규모부터 다른 바이오기업을 압도했다.

전시관 밖에서도 높은 자본력을 과시했다. 3년 연속 바이오 USA의 메인스폰서로 이름을 올린 것. 시노바이오웨이는 행사 공식 가이드책자 표지에 유일하게 기업 로고를 싣고, 첫장과 마지막장엔 기업 소개도 넣기도 했다.

우시가 세운 홍보부스도 주목받았다. 우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나 신약 개발의 임상시험 등을 대신해주는 임상시험대행(CRO) 회사다. 현재 중국 CRO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우시는 중국이 바이오 CRO 부문에서도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 정부가 세운 국가관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오 USA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산업 행사인 만큼 컨벤션 한쪽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자국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홍보하는 각국 홍보부스가 빼곡히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띈 곳은 '중국관'.

중국관 규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지난해 바이오 USA 때보다 2배 넘게 커졌고, 참가 기업도 40개가 넘었다. 같은 아시아 지역인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국가관보다 배 이상 컸다. 위치 선정도 최고였다. 모두 8개(A~H홀)로 구분된 전시관의 중심부인 E구역에 국가관을 설치했다. 인근에는 애브비·머크·존슨앤드존슨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제약업체 부스가 있어 이들 기업 홍보부스에 들러려면 중국관을 꼭 거쳐가야 했다.

전시관 색상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대신 '파란색'으로 국가관을 꾸몄다. 파란색은 미래지향적인 색상이다. 성공과 희망 등도 상징한다. 바이오산업이 중국 정부에서 밀고 있는 미래 먹거리이자 주력 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국가를 대표하는 색까지 바꾼 것이다.

중국의 약진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같은 우리 기업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장 배경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업계는 바이오 인재 확대에 주목했다. 실제 미국에서 공부했거나 글로벌 바이오회사에 다니던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 미국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바이오벤처를 세우거나 현지 바이오업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력한 바이오정책을 꼽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은 2012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바이오를 '전략성 신흥사업'으로 지정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2020년엔 8조~10조 위안(약 1343조~1679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이런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올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중국의 상업용 줄기세포 임상연구 건수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앞지르고 있다. 2014~2016년 전체 임상연구 건수(24건)도 미국(60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바이오 분야 인재 양성과 투자 강화를 바탕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아시아 맹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현장에서 나왔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바이오강국 필수 요소로 꼽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도 수년째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 체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게 문제다. 'K-바이오(바이오 한류)'가 한때 바람에 머물지 않으려면 중국 성공 사례를 꼼꼼하게 살피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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